내년부터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배당액 일부 또는 전부를 손자에게 넘겨주면 '세대를 건너뛴 부의 이전'으로 간주돼 기존에 내던 증여세의 30%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도 강해지는 터라 상속·증여세 부담은 전반적으로 한층 커졌다.
3일 정부의 '2017년 세법 개정안'을 보면 세대를 생략한 초과배당에 대해 할증과세 방침이 확정됐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아들-손자 3대가 전체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에서 할아버지가 자신 몫의 배당을 손자에게 준다고 하자. 아들에게 배당을 넘겼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가 1000만원이라면 아들을 생략하고 손자에게 바로 주면 1300만원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편법적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서다. 정상적인 증여 과정은 '할아버지→아들→손자'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를 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증여세를 납부하고, 아들이 다시 손자에게 재산을 넘겨줄 때 두 번째 증여세를 낸다. 중간세대를 빼고 부가 이전되면 결과적으로 증여 효과는 같지만 과세당국은 세금을 걷을 기회를 한 번 잃게 된다. 바람직하지 않은 절세 수단으로 전락할 틈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현재 초과배당 외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 대해서는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해 할증과세를 하고 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민법상 전통적 재산과 달리 그동안 초과배당에 대해서는 할증과세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법상 규정을 마련해 형평성을 맞추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은 지분율에 따른 균등배분이 원칙"이라며 "최대주주 등이 자기 앞으로 나온 배당을 포기하고 특정인에게 몰아주면 간접적으로 부를 이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바뀌는 세법에는 인수·합병(M&A) 과세특례 요건 중 '고용 승계'가 추가된 것도 특징이다. 인수되는 회사의 근로자 중 80% 이상을 승계하고, 이를 사업연도 종료시점까지 유지해야 법인세 이연(세금 납부 연기) 혜택을 볼 수 있다. 고용의 안정성을 올리기 위해서인데, 자유로운 기업 구조조정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무용 승용차 비용처리도 합리적으로 변한다. 현행은 감가상각 한도를 최대 800만원 일괄 인정해 주지만 개정안에서는 일부 기간만 취득하고 처분한 차량에 대해서는 보유기간 만큼 800만원에서 월할 계산해 반영하는 것으로 바꿨다. 일시적으로 업무용 차량을 운행하고 비용만 털어내는 꼼수를 잡겠다는 얘기다.
고액·상습체납자는 종전 3억원 이상을 1년 넘게 체납하면 공개했는데, 내년부터는 2억원만 넘어도 일반에 신상이 드러난다.
한편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증여세 폭탄'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특수관계법인의 일감 몰아주기 정상거래비율 기준이 현행 30%에서 '20% 비중에 거래액 1000억원 초과'로 대폭 상향됐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로 이익을 본 규모(증여의제이익)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차감율마저 15%에서 5%로 크게 내려가 내부 일감 몰아주기 거래로 특수관계법인의 지배주주인 해당 대기업 총수 자녀가 내야 할 증여세가 2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세후 영업이익이 100억원인 기업 대주주의 자녀가 10% 주식을 소유한 회사에 40% 일감을 몰아줄 경우 지금까지는 2300만원가량 증여세를 납부했지만 앞으로는 56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특수관계법인에서 나오는 배당
[이재철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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