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노량진 고시촌 앞 컵밥 골목에는 '혼밥족'들이 모여들었다. 컵밥 골목 상인들은 고객들의 걱정을 염려한 듯 "우리 달걀은 안전하다"며 학생들을 불러모았다. 전날 일부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도 학생과 고시생들은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달걀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다 보면 먹을 게 없다"며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점심을 때우러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컵밥 골목 상인들은 '무농약 계란' 등의 안내문을 붙여 놓고 판매를 계속했다. 한 상인은 "지금은 미리 구매해둔 무농약 계란으로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계란 값이 오르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 불안감을 해소해주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농가의 달걀 출하를 잠정 중단하자 '혼밥족'들의 '한끼'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 노량진의 한 도시락 업체 매장에서도 일부 메뉴가 판매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이날 이곳을 이용한 김현진 씨(26)는 "계란이 들어간 돈까스 덮밥을 시켰는데 계란 파동 때문에 팔지 않는다 해서 메뉴를 바꿨다"고 대답했다.
혼밥족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신림동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어제부터 구운 계란을 포함해 계란 반찬이 들어간 도시락은 안들어오고 있다"고 대답했다. 마포구에서 자취중인 정 모씨(27)는 "혼자 식사할 일이 많아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이용하는데 계란이 들어간 메뉴가 다 빠지면 먹을게 없다"고 대답했다. 노량진의 한 토스트 가게 주인 박 모씨(46)는 "계란이 없으면 아예 장사를 할 수가 없다"며 "일단은 남은 재고로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계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대만카스테라' 프렌차이즈점 중에는 이날 아예 '임시휴업'을 붙여 놓고 문 닫은 곳도 눈에 띄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A카스테라점 주인은 "계란 재고도 '똑' 떨어진 대다 저번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때 문 열었다가 하루 종일 고객들이 제품을 사지도 않으면서 '위험한거 아니냐' 질문만 하는 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동네 에서 작년 이맘때 4~5개 카스테라점이 있었는데 작년 AI사태에 이어 한 방송사에서 카스테라에 사용하는 식용유 등 재료까지 문제삼아 방송하는 통에 모두 문닫고 이 가게만 남은 상황이다. 이 주인은 "우리도 커피 전문점으로 바꿀까 현재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농약 계란파동에 가장 민감한 층은 역시 자녀를 둔 주부들이었다. 인터넷의 주부들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엔 하루종일 계란과 관련될 질문과 글들이 쏟아졌다. 정부에선 경기 남양주 소재의 마리 농장에서 생산된 '08 마리' 표시가 된 달걀 뿐 아니라 단순히 경기 지역을 의미하는 '08'표시가 된 달걀까지 모두 먹지 않고 버린다는 글들이 수두룩했다. 주부네티즌들이 모여있는 '레몬테라스' 카페를 비롯해 페이스북·트윗 등 SNS에선 집 냉장고에 있는 달걀 사진을 올리면서 '이건 괜찮냐'는 인증샷 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일부 주부들은 '08'표시를 모두 문제가 있는 달걀로 알 거나 '08 마리' 등 문제 농장 제품만 문제 있다는 것을 알고도 찜찜하다는 등의 이유로 달걀을 폐기했다. 아울러 밀집형 사육이 아니라 개방향 사육농장에서 생산하는 특정 업체의 '무항생' 계란 등을 권유하거나 직접 구매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부에선 17일까지 전수조사를 마치고 계란 재출하를 정상화하겠다 밝혔지만 일부 주부들은 이 참에 아예 시골에 있는 부모님들에게 닭을 길러달라 부탁해 자급자족 하겠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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