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공략에 주력했던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항암제로 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세계적인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글로벌시장에 잇달아 허가를 신청하는 등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넨텍이 개발했고 로슈가 판매하는 허셉틴은 연간 약 7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국내 시장은 약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가 15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긍정 의견'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CHMP의 긍정 의견을 받으면 통상적으로 2∼3개월 이내에 최종 허가가 나온다. SB3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불리던 온트루잔트가 연내 허가를 받으면, 유럽에서 최초로 승인받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앞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먼저 승인받을 것으로 보였던 마일란과 바이오콘은 생산시설 문제로 지난달 신청을 자진 철회했고, 셀트리온은 경쟁 제품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한 달 늦게 유럽 허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시장 선점 효과가 중요한데, 비슷한 시기에 허가를 신청한 경쟁사를 제치고 유럽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유럽 출시 시기는 최종 허가를 받은 후 현지 파트너사인 머크(Merck)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작년 10월 EMA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대한 판매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22개국 549명의 조기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년 안전성 추가 임상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허가를 신청하는 등 글로벌 론칭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중"이라며 "허쥬마는 연내 CHMP의 긍정의견을 받고 내년초 최종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허쥬마를 한국시장에 공식출시하고 지난달부터 조기유방암과 전이성유방암, 전이성위암 등에 처방을 시작했다. 셀트리온은 오리지널의약품과 같은 150mg용량 외에도 440mg 고용량 제품을 함께 출시했다. 고용량 제품을 투여받을 경우 약제비가 최대 30% 절감되는 효과가 있고, 약제비를 전액 환자가 부담하는 초기 유방암 환자의 치료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잇단 허가와 출시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자가면역질환 위주에서 항암제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이오시밀러의 개발과 출시 시기는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기 등과 관련이 깊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지금까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금까지 베네팔리와 플릭사비, 임랄디 등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를 줄줄이 허가받았다. 이 회사는 유럽 시장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허가받은 유일한 회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온트루잔트의 최종 허가가 이뤄지면 글로벌 매출 10위권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최다 보유한 기업이 된다"며 "총 4종의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하게 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도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올 2월 혈액암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를 허가받고 유럽에 출시한 지 약 3개월만에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셀트리온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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