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며 수화 동작을 하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음성이 튀어나왔다. '인공지능 수어번역 시스템'이 수화를 번역해 음성으로 출력한 것. 인공지능은 곧 "네 알겠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근처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주문을 넣었다. 차량 뒤쪽에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자동차는 파란색 불을 켜고, 운전자 손목에 장착된 디바이스에 진동을 줘 경고했다.
청각·언어장애가 있는 운전자를 위해 현대차 남양연구소 '심포니'팀이 개발한 차량이다. 정지인 샤시해석팀 연구원(28)은 "팀원 중 한명의 사촌이 청각 장애 때문에 운전에 어려움을 겪어 개발하게 됐다"며 "이 시스템은 다른 자동차가 내는 경적 소리를 주파수별로 분류해서 청각장애인에게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2일 남양연구소에서 '2017 제 8회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을 개최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연구원들의 열정,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4~8명의 연구원이 팀을 이뤄 '이동수단(모빌리티)'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실물로 제작해 경연을 펼치는 대회다.
올해는 총 8팀이 본선에 진출해 미래차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로봇과 모빌리티를 합친 '로모'는 평소엔 혼자 돌아다니며 심부름을 하다 탑승자가 생기면 접이식 시트를 자동으로 펼쳐 태운다. '착한자동차' 안에서는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아이의 형상이 "아빠, 안전 벨트를 메야해"라고 운전자에게 주의를 줬다. 착한자동차 팀의 김한얼 현대차 연구원은 "아이 목소리를 들었을 때 운전자가 즉각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운전자의 주행 습관도 수집해 향후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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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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