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상태 튜브 속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최대 시속 1300km로 달리는 미래 운송수단 '하이퍼루프' 기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17일 독일 재보험사인 뮌헨리는 하이퍼루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HTT에 대해 보험가입을 승인하고 공동 보험상품을 만들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더크 알본 HTT 창업자는 매일경제와 만나 "하이퍼루프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보험가입을 추진해 왔다"며 "하이퍼루프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사상 첫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루프 기술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진공 튜브 속을 날아가는 비행기'라고 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회장이 2013년 '하이퍼루프 알파'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스페이스X 홈페이지에 올린 논문이 시초가 됐다. 논문의 내용은 이렇다. 미국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거대한 튜브를 설치하고 내부 공기를 모두 빼서 진공 상태로 만든다. 튜브 외벽에는 태양광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꾸는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 진공상태 튜브 내부에는 40~50명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객차를 넣는다. 객차는 에어펌프 또는 자기장을 이용해 떠 있다. 객차에 가해지는 저항이나 마찰을 극소화시켰기 때문에 초반에 달리기 위해 가속을 시키기만 하면 나머지는 관성의 법칙으로 이동한다. 현재 코레일이 연간 지출하는 비용 중 30%가 에너지 비용인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밥 그레스타 HTT 공동창업자는 "하이퍼루프 기술이 상용화하면 철도회사들 비용구조가 달라질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으로 생성한 전력을 판매해 별도 이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고 말했다.
문제는 하이퍼루프 기술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최고 시속 1300km로 달리는 와중에 튜브나 객차가 파손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진공 상태에서 가해지는 폐쇄공포증, 가속이 심해지면서 인간이 겪게될 신체상 변화 등도 생각해 봐야 할 요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관섭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하이퍼튜브연구팀 팀장은 "튜브 또는 객차 파손 문제는 비행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그러나 비행기는 파손시 해결이 어렵지만, 하이퍼루프는 지상에 있기 때문에 감속·정지시킨 후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하이퍼루프는 '진공 속을 날아다니는 지상의 비행기'로 봐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 또는 그보다 약간 낮은 정도 위험성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알본 HTT 창업자는 "가속도가 매우 크다면 인체에 압력이 가해져 유해할 수 있는데, 현재 개발 중인 하이퍼루프들은 이런 문제들을 모두 피해가기 위해 가속구간을 길게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전문가들은 하이퍼루프 위험성을 비행기보다는 낮고 우주선보다는 조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TT 하이퍼루프에 대해 보험가입 계획을 밝힌 뮌헨리 측 토르스턴 제워릭 이사는 "HTT 하이퍼루프 계획은 충분히 실현가능하다"며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통상적인 안전함을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낙관적 진단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루프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다. 이관섭 팀장은 "과연 실제로 하이퍼루프가 구현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퍼루프 분야에서 한국은 상당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론 머스크가 창안한 기술이라 미국 기술력이 뛰어날 것 같지만 이 분야에서 한국이 다수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TT는 지난 6월 한양대,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해 이들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알본 HTT 창업자는 "한국의 관련 기술은 매우 뛰어나며 제휴와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기술을 완성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HTT 측은 이번 세계지식포럼 방문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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