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끼리 벌이고 있는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 균주 출처 논쟁이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시작된 논쟁이 2년 가깝게 이어지면서 오가는 공방의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 상대 측 제품에 대한 비방까지 난무하고 있다.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건 각각 다급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데이터가 도용 의혹을 뒷받침하는 점은 대웅제약에 부담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세계 최대 보툴리눔톡신 시장인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가 대웅제약보다 늦어져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소장을 다음날 접수할 계획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제기했다가 반려된 소송과 같은 내용이기 때문에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떳떳하다면 숨지 말고 공개토론에 응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균주 출처는 이미 여러 차례 정부기관의 실사를 통과했고 수사기관 조사에서도 무혐의 내사종결됐다"며 메디톡스가 보유한 균주의 출처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전날 주장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이 균주를 발견했다는 지역에 직접 실사를 나갔다는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담당자는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분리했다는 지역을 실사한 건 그 지역이 독성물질인 보툴리눔균에 오염돼 국민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지 조사하기 위해서였지 균주 출처와는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이 말한 '여러 차례 정부기관의 실사를 통과했다'는 데 대해서도 담당 연구관은 균주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매년 조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배포한 자료에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제품에 대한 품질의혹도 제기했다. 대웅제약 측은 "미국 보톡스(보툴리눔톡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앨러간이 이노톡스 임상시험을 지연시키고 있는 이유는 메디톡스 이노톡신 품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이노톡스는 메디톡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액상 제형의 보툴리눔톡신 제품으로 이미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승인을 받아 팔리고 있는 제품이다.
대웅제약의 주장에 메디톡스는 다시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구했다. 메디톡스 측은 "메디톡스에 대한 어떤 의구심이라도 대웅제약 관계자, 기자 및 전문가, 규제 당국자들이 참여한 공개 토론에서 명확하게 다시 밝히겠다"며 "해당 토론장에서 대웅제약도 나보타 균주의 획득 경위 및 장소, 균주 발견자, 공정 개발자, 그리고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등을 밝혀 객관적이고 과학적 판단 받아 모든 의혹들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학계와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생명공학계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공개돼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완벽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각각 보유한 균주의 염기서열 300만여개 가운데 중요한 부분 약 1만3000개가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의 유전자정보 등재 시스템에 공개돼 있다.
조유희 차의과대 교수는 "(일부분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가져온 메디톡스 균주와 한국에서 분리했다는 대웅제약 균주의 공개된 부분이 100% 일치한다는 게 놀랍다"며 "친자관계인 균주 사이에서도 돌연변이로 인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증권시장에서는 대웅제약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균주 도용 소송에 대해 한국 법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반려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 주식시장에서 대웅제약의 주가는 10% 오른 반면 메디톡스의 주가는 9.08% 하락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일부 업체들이 보톡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어 국내시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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