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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여행 수요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LCC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 호조를 이끄는 것은 LCC 업계 1,2위인 제주항공과 진에어다.
국내 LCC 중 유일한 상장사인 제주항공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404억원으로 3분기 매출은 20.3% 뛴 26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는 3분기였지만 올해는 4분기 실적에 반영된단 것을 감안하면 극성수기로 꼽히는 연휴가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성장을 이어간 셈이다. 3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15.2%로 항공사 중 가장 높다.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앞둔 진에어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466억원, 매출 4239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133.0%와 30.3%의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1.7% 뛴 335억원으로 제주항공보다 매출은 적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더 많다.
다른 LCC 역시 실적 호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에어부산은 자체 정비 체계로 전환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지만, 티웨이항공은 올 상반기 1112% 급증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고 이스타항공도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148.3%와 28.3% 늘었다.
문제는 실적 안에 감춰진 위험 요소들이다. 일단, 오는 2019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이 적용되면 부채비율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IFRS는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리스에 대해 단일 회계를 적용해 자산부채로 잡는다. 기존 회계방식은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지 않아 재무상태표에 표시하지 않았다.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는 매월 리스료를 부담해야 한단 면에선 같지만, 금융리스의 경우 리스 대상에 대한 법적 소유권이 항공기를 대여한 항공사에 있는 반면 운용리스는 리스회사가 갖는다. 이 때문에 항공기가 항공사 자산인 금융리스는 감가상각으로 경비처리를 하고, 운용리스는 매월 부담하는 리스료를 손익계산서에서 비용처리해왔다. 이것을 2019년부터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으로 구분해 부채로 잡는다.
현재 진에어는 24대 중 17대가, 제주항공·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은 각각 보유항공기 30대·22대·19대·19대가 모두 운용리스다. 그나마 진에어만 IPO 자금을 전부 보유항공기에 투자해 금융리스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9년 이후 국내 LCC 대부분의 부채 규모가 180% 이상 치솟게 될 것이란 산업은행 보고도 나왔다. 올 상반기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141.4%, 진에어 부채비율은 261.6%다.
부채비율이 급등하면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 자금 순환이 어려워진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항공기 도입이 어렵기 때문에, 항공기 수를 토대로 커지는 항공산업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2019년 이후 저비용 항공사 성장세에 급 제동이 걸릴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LCC들은 도입 항공기 수를 늘려 중장기 노선에 진출하거나 해외 지사 설립 계획을 세우는 등 규모 키우기에 혈안이다.
일부 항공사의 경우 이미 커져버린 비용 탓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제주항공의 경우 초도 항공기 도입 시 맺었던 계약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사용한 뒤에는 원 상태로 복구해야 한단 조건인데 사업 초기 10대의 항공기를 확보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리스사의 조건을 수용했단 지적이 나온다.
항공기 리스는 임차료가 다소 높지만 정비비를 보장받는 방식(Overhaul Reserve)과 정비비를 보장받지 못해 항공기 반납 시 정비를 해서 돌려주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제주항공의 당시 계약은 후자였다.
보잉737-800 기종의 반납 시 대당 정비작업 비용은 약 700만달러(약 77억원)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은 지난해 리스 계약이 종료된 항공기 2대를 반납하면서 100억원 이상의 정비비를 계상했다. 현재 초기 10대 중 7대는 기한을 연장했고 나머지 리스 항공기에 대해서는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약 시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부실한 재무구조 탓에 자본잠식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항공사들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꾸준한 매출과 흑자 실현에도 불구하고 결손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국토부는 내년부터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항공사를 포함해 재무구조가 취약한 항공사를 선별해 개선 명령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올해 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내년 상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겨우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지만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안심하기 어렵다. 다른 LCC와 비교할 때 낮은 납입자본금과 매출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부채를 감안하면 재무구조가 아직 불안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LCC들의 자금조달을 위한 IPO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진에어 IPO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티웨이항공이 내년 상장을 앞두고 주관사를 선정했고 이스타항공 역시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진 않았지만 상장을 검토 중이다. 에어부산은 이미 2014년부터 상장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지역 주주들이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상장을 하려면 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나 내년이 적기이긴 하지만, 최근 도드라지는 반짝 호황을 바탕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단기적인 시각이란
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최근 저비용 항공 업계가 상장 등 외형 성장에 치중하고 있다"며 "당장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항공 시장 변화와 지속적으로 신규 사업자가 등장한다는 점을 감안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실 있는 재무구조를 갖춰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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