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최근 1년여 동안 영업 흑자 기조와 수주 소식을 전하며 불황 타개를 기대했지만,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적자 전망이 나오자 충격에 빠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선박 건조 대신 해양플랜트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지난 10월말 기준 수주잔고 206억달러 중 해양플랜트 비중은 68%(140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시점 현대중공업(조선·해양 기준)과 대우조선해양(특수선 제외)의 수주잔고 중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6%와 31.7%다.
삼성중공업은 올해와 내년을 합쳐 73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신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면서 선박 건조 경쟁력 유지를 소홀히 한 게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상선 분야 인력을 대거 정리해버렸고 그 결과 경쟁력을 스스로 잃게 됐다"며 "(상선 건조의)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는 기본 설계 인력에 대한 투자가 당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상선에 대해 충당금을 쌓는 데 대해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가 수주가 의심되는 MSC사의 컨테이너선 6척과 초대형 유조선(VLCC) 4척에서 충당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VLCC를 계속 건조해온 현대중공업보다 높은 가격에 올해 수주한 선박을 지으면서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미리 충당금을 쌓는 이유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10년 이후 VLCC 건조를 중단해 경쟁력이 떨어진 데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척당 8370만달러에 VLCC 4척을 수주했다. 비슷한 시기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VLCC의 계약금액인 척당 8000만달러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선박 건조 경쟁력이 떨어져 손실을 부담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에 집중하느라 선박 관련 인력을 내보냈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희망퇴직을 받을 때 회사에 필요한 인재들은 잡는다"고 반박했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해양플랜트를 지어 수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주요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아직도 20%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발주처들은 계약을 맺을 때 특정 기자재업체의 제품을 써야한다고 요구해 자체적인 원가 절감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 등 국내 조선 빅3은 지난 2010년 초반 이후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데 대한 대안으로 해양플랜트를 경쟁적으로 수주했지만, 건조 경험이 부족한 탓에 대규모 적자를 떠안아야 했다. 이로 인해 조선 빅3은 지난 2014~2015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대우조선의 적자는 지난해까지 이어져 결국 올해 초 정부로부터 2조9000억원의 추가 현금지원을 받았다.
한편 대우조선에 대해서도 부실징후가 보인다는 보고서가 전날 발표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대우조선이 지난 2014~2016년 기록한 적자로 인해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
대우조선 관계자는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커진 지난해까지의 실적만 분석한 보고서"라고 반박했다. 이어 "올해 초 유동성 지원을 받은 뒤 부채비율이 200%대로 떨어졌다"며 "오히려 부실로 처리했던 일부 사업에서 환입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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