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재규어코리아] |
재규어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인 박지영(여·29세) 씨는 재규어 입사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지영 씨는 현재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팀 리더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콘셉트카 외장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재규어의 향후 10년간 포트폴리오를 계획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재규어코리아가 홍익대학교에서 연 '재규어 카디자인 어워드 2017'에 참석하기 위해 줄리안 톰슨 재규어 선행디자인 총괄 디렉터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에게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걸어왔던 길과 경험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박지영 씨를 만나 재규어 디자이너가 된 과정과 재규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동차 디자인에 뛰어든 계기는
대학교 입학 전까지는 솔직히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해서야 자동차 디자인 분야를 접했다. 관심이 없던데다 모르던 영역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호기심이 작동했고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도전의식이 생겨 ADM(Automobile Design Membership) 동아리에 가입했다.
경험을 넓히기 위해 도전했지만 내가 가진 조형성이 자동차 디자인에 잘 접목되는 것을 느끼고 호기심과 모험심을 넘어 본격적으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준비했다.
경험을 깊게 쌓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 해외 유명 디자인스쿨에 가기로 결정한 뒤 영국왕립예술대학 RCA(Royal College of Art)에 입학하게 됐다.
▲RCA를 선택한 이유는
외국여행조차 한번도 나가본 적 없던 한국 토박이였기에 새로운 공간과 경험에 대한 갈증이 많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예술적 도전이 넘치는 런던을 관심 있게 봤다.
또 디자이너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넘어 디자인 '리더'로 성장시키려는 RCA교육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또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게다가 RCA는 피터 슈라이어 기아 디자인담당 사장과 피터 스티븐스, 이안 칼럼 등 자동차 디자인 거장을 배출한 학교가 아닌가.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RCA는 명문 디자인 스쿨인 만큼 세계 곳곳의 재능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모여든다. 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협업하면서 창의적으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 [사진제공 = 재규어코리아] |
RCA에서 공부하면서 영국의 문화와 매력에 빠졌고, 영국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고 싶어 영국 자동차회사를 선택하겠다고 결심했다. 영국 회사 중 재규어는 오랫동안 지켜온 디자인 철학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곳이어서 재규어에 지원했다.
재규어 F타입도 재규어에 가겠다는 결정에 한몫했다. 처음 본 순간 F타입처럼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961년 출시된 뒤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자동차로 인정을 받는 E타입처럼 F타입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재규어에 입사한 뒤에는 곧 출시될 E페이스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제일 좋아하는 F타입의 디자인 요소를 많이 적용한데다 재규어만의 스포티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실용적인 SUV에 이를 녹여낸 매력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재규어는 자극적인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디자인이 아님에도 보는 순간 사람의 마음을 오히려 더 강렬하게 자극시키는 매력이 있다. 이런 감성적 자극은 각 자동차별 완벽을 추구하는 비율, 순수함이 가진 미학, 감성적 아우라를 표현하는 재규어 디자인 내공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재규어 디자인 헤리티지를 잘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이안 칼럼, 줄리안 톰슨 등 디자인 거장과 함께 일하면서 이들의 노하우를 배운 뒤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나만의 시야로 더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지금도 자동차를 향한 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태도, 날이 잘 다듬어진 칼처럼 날카롭고 예리한 직관, 오랜 시간 동안 쌓은 경험을 다듬어내는 안목을 볼 때마다 감탄을 넘어 존경의 마음이 생기면서 도전의식도 높아진다.
▲어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처음 디자이너가 됐을 때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 보탬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재규어에서 함께 일하는 다양한 팀과 사람들을 보면서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내가 그린 디자인을 3D로 표현해내기 위해 새벽부터 와서 클레이를 깎고 3D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 모델러, 내가 만든 디자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엔지니어, 내가 디자인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계속 끌어내주는 디렉터를 보면 책임감을 느낀다.
단순히 프로젝트에 참가해 주어진 일만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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