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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몬드와 젠니클로젯이 협업해 출시한 '순백' [사진 = 젠니클로젯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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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디자이너 이젠니(32) 씨. [사진 = 젠니클로젯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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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백 제작과정 [사진 = 젠니클로젯 제공] |
▷마리몬드와 같이 작업했던 다른 회사의 소개로 연이 닿았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마리몬드와 우리 회사의 가치관이 잘 맞았다. 마리몬드는 여러 제품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의 존귀한 삶을 이야기하고 소개한다면, 젠니클로젯은 환경과 생명·자연의 존엄성을 전한다. 크게 봤을 때 인간과 인간이 사는 세상의 가치를 소중히 한다는뜻이 맞아 협업을 하게 됐다.
-직접 디자인한 순백에도 앞서 언급한 '가치'가 담겨있나.
▷그렇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의 기개 있는 모습들을 꽃으로 표현해 의미를 알린다. 이번에 출시한 순백은 김복동 위안부 할머니의 기개있고 우아한 모습을 새하얗고 아름다운 목련으로 그려낸 제품이다. 이런 마리몬드의 뜻을 전하면서도 우리의 가치를 담기 위해 제품 전체를 친환경적인 소재 '코튼 벨벳'으로 만들었다. 자연 섬유 코튼 벨벳은 인조 벨벳과 다르게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죽을 덧댈까 고민했지만, 패션으로 환경을 보호하자는 우리만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는 제품 전체를 천연 소재로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출시하자마자 젊은 여성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20대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자세히 보면 두 가지 버전의 꽃 개수도 다르다. 크기가 큰 버전은 꽃과 봉우리가 한 개 더 있다. 안정감을 주는 패턴을 만들고 고급스러운 광택을 내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했다. 8월 31일부터 꼬박 4개월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제품을 통해 '에코 디자인'이 더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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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청바지 원단으로 제작한 가방 [사진 = 젠니클로젯 제공] |
▷ 말 그대로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새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새활용은 수명을 다한 물건에 새로운 조건을 더해 '높은 가치'의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조건이란 창의성과 아이디어 같은 것들을 말한다. 단순히 버리거나 안 쓰는 물건을 수선하는 재활용과 개념이 다르다. 리사이클링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갔다는 의미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고도 부른다.
나 같은 경우는 헌 옷감이나 버리는 옷의 원단으로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해 새 제품을 만들어낸다. 주로 버려진 청바지 원단을 많이 사용한다. 청바지는 다른 의류보다 더 많은 화학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헌 것을 다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활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대학교 졸업 후 세계 녹색 구매대회에 나가서 에코 디자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당시 주제가 '옥수수' 였다. 주제를 듣자마자 경동 시장에서 버려진 옥수수 껍질을 두 포대 가져와서 옥수수 껍질과 버려진 가죽 재킷을 엮어 조끼를 만들었다. 또 커피숍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가져와 옥수수수염에 천연 염색을 시도해 옷을 만들었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자라 원래도 환경과 자연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회를 통해 새활용이 잘 맞는다는 걸 알았다.
그 후 고객들의 맞춤복을 제작하기 위해 '드림'이라는 작은 숍을 차렸다. 그런데 몇 번 방문하며 친해진 고객들이 맞춤복을 주문하지 않고 가죽 재킷이나 양복 등 입던 옷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우니 입던 옷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카펫을 가져온 손님도 있었다. (웃음) 그때 손님들이 가져온 가지각색의 옷들을 보며 헌 옷에도 개성이 묻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유행과 관계없이 오래 입을 수 있고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패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성과 가치'라는 회사의 슬로건을 만든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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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젠니클로젯 제공] |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요즘 모든 게 빠르게 만들어지고 또 쉽게 버려진다. 언제한번 구제시장에서 옷 무더기를 삽으로 퍼내고 짓밟고 버리는 모습을 보고 디자이너로서 울컥한 적이 있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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