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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런클럽(NRC) |
시간과 장소가 공개되자 트레이닝 복과 런닝화를 갖춘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간단한 인사와 소개가 끝나면 인솔자의 지도 아래 무리지어 달리기 시작한다. 참가 인원만 수십 명이다.
두시간 여 달리기가 끝나면 오늘의 운동을 마무리하며 일사분란하게 헤어진다. 한밤중에 서울 남산, 인사동, 이태원 등 도심 속을 달리는 이들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러닝클럽에서 활동하는 멤버들이다.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단순 소비자에서 진화해 직접 제품을 착용하고 운동하면서 마니아 모임을 형성하는 '체험형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신 심리적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를 지향한다. 활동력 만큼이나 구매 충성도도 높다. 한번 정착한 브랜드에서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자발적으로 제품을 알리는 '홍보대사'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이에 패션·스포츠 업계에서는 수요 창출과 신규 소비자 유입을 위해 각양각색 '소비자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다. 단순히 운동 활동을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각종 페스티벌과 파티를 곁들여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두 브랜드는 각각 나이키런클럽(NRC)과 아디다스 러너스(AR)라는 러닝 모임을 갖고있다. 자사 달리기 애플리케이션과 자체 마라톤 대회까지 열어 러닝에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나이키 런 클럽의 경우 2015년 출시 당해 뉴욕 등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서울까지 현재 26개 도시용으로 론칭됐다. 전 세계 다양한 수준의 모든 러너들에게 거리, 속도, 레벨 등 실력에 따른 맞춤형 러닝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수준별 단계를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입문자들을 위한 '레디 셋 고', 실력 향상을 돕는 '스피드런'과 '롱런', 회복 러닝을 위한 '로컬 런'과 '홈 런' 및 크로스 트레이닝을 위한 다양한 러닝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전문 러닝 코치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참가자 수 비율에 따라 페이스메이커가 투입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압구정 로데오에 러닝 콘셉트 매장을 열면서 러닝 맞춤형 판매 전략을 강화했다.
아디다스는 '마이런 서울'과 '마이런 부산'이라는 마라톤 대회를 매년 1회씩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의 참가율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는 '우먼스' 코스도 신설했다. 2만여 명의 러너들을 모집하고 있으나 매년 높은 경쟁률로 등록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성동구 서울숲에 러너들의 아지트를 조성했다. 2016년 문을 연 '아디다스 런베이스 서울'은 320㎡ 규모의 체험 공간으로 이용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대여해주기도 하고 서울숲 코스와 한강 코스, 트랙 코스 등 다양한 러닝 코스를 제공한다. 또 아디다스 러너스(AR) 서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사이트에서 요가, 기초 단련, 시티 런 등의 다양한 휘트니스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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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F 질스튜어트스포츠의 '런 투 비 슬로우' 애프터 파티 |
이밖에도 뉴발란스는 서울 강남역 우먼스 플래그십 스토어 3층에 '우먼스 스튜디오'를 오픈해 요가, 필라테스, 발레핏 등 다양한 피트니스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봄에는 우먼스 피트니스 행사 '걸스 나잇 아웃'을 개최한다. K2 아이더의 아웃도어 체험 클래스 '아이더 클래스'는 첫해인 2016년과 비교해 이듬해에는 지원자 수가 2배 이상 늘어난 5000여 명이 몰려드는 등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 그 너머의 감각을 자극하는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패션업계들은 다양한 체험 행사로 제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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