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앙정부가 국세로 걷어서 지방에 일부를 내려주던 '지방소비세' 세율이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연간 최대 약 7조원 가량의 세금이 지방에 더 배분될 것으로 보여, 지자체 재정난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복수의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범한 범정부 재정분권 TF팀은 지방세수 증대를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상향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소비세란 중앙정부가 국세인 부가가치세(물건 값의 10%)를 걷은 후, 부가가치세의 11%를 지방에 내려주는 세금으로, 도세(광역자치단체)의 일종이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세 비중을 높여 지방세수를 증대시키는 안 중 하나로 지방소비세가 현재 주로 논의되고 있다"며 "국회 의원입법안을 중심으로 얼마나 세율을 올릴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TF의 또다른 한 축인 기획재정부측은 아직 지방재정 분권 관련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같은 논의가 최종 결정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엔 현행 세율(부가가치세의 11%)을 각각 16%, 20%, 21%로 올리자는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부가가치세 세수가 67.1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지방세수 증대 효과는 각각 3.4조, 6.0조. 6.7조원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2016년 기준 76 대 24인데, 지방소비세가 20%까지 올라가면 비중은 74대 26으로 내려간다. 문재인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0 대 40까지 낮춰, 지방세 증대를 통한 지방분권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 세무담당 관계자는 "당초 지방소비세가 처음 도입될 때 11%까지 올리겠다고 했고, 그 중 5%가 처음 도입되고 추후에 6%를 올렸다"며 "다만 추후 6% 상승분은 2014년 취득세 감면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초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정부는 지방소비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소비세율 증가는 광역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에체 지급하는 조정교부금이 확대되는 효과를 낳아 지방자립도를 상승시킨다.
아울러 재정분권 TF는 추가로 들어오는 지방소비세 세수를 각 광역자치단체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편중'을 막기 위해, 균형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검토 중에 있다. 가령, 현재도 지방소비세를 배분할 때 수도권 3개 시도에는 1, 비수도권 광역시에는 2, 비수도권에 도의 경우 3으로 가중치를 달리해, '수도권 편중현상'을 완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추가 확대분에 대해서도 이 같은 균형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상훈 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장은 "지방소비세의 배분과정도 균형기능이 필요한데 현재 11% 중 5%는 부가가치세 기준인 소비지수, 그리고 6%는 취득세 감면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보니 각 지역별로 취득세 감소 규모를 추정해 나눠주고 있다"며 "만일 향후 지방소비세율이 상승할 경우, 기준 역시 원래 부가가치세 취지와 맞는 '소비지수'로 단일화해야 제도 운영 과정에서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주로 주장한 '공동세 도입'은 사실상 이번 TF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세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특정 세목을 지정해 공동세로 걷은 뒤 일정 비율로 나눠 쓰는 제도로, 독일에서 운영 중인 제도다.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 중앙정부가 과세권을 행사한 후 이를 지방에 나눠주자는 개념이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 지자체 입장에선 공동세로 지정된 세목의 과세권을 중앙정부에 뺏기는 꼴이어서 현재 시대 흐름인 분권과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공동세 도입 논의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당초 검토 대상이었던 주세(국세의 일종)의 지방세 전환은 사실상 논의 후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는 연간 약 3조원이 걷히는데,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재원이어서 무늬만 국세이지 지방세나 다를 바 없어, 주세를 지방세로 전환한다고 해서 지방세수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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