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8·남)는 최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매일 헬스장을 드나들고 있지만 좀처럼 살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력이 부족한가 싶어 다이어트 강도를 높여도 지치기만 할 뿐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여성 B씨(35)는 결혼식을 앞두고 점심을 굶는 등 먹는 양을 급격하게 줄였지만 체중이 빠지는 것도 잠시, 한 끼라도 식사를 늘리면 살이 도로 찌거나 과거보다 늘어나는 요요 현상에 시달려 고민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말곤 답이 없어 보이던 다이어트 방식도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자기 유전자에 맞춰 효과적으로 살을 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살 빠지는 속도가 더디거나 효과가 없어 실망했던 사람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 김진호 박사 연구팀은 비만 관련 유전자 변이에 따라 비만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유전자 맞춤형 체중관리 모델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유명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8840명이 참여한 대규모 연구 코호트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자료를 토대로 비만 관련 유전자의 변이 정도와 식이습관, 운동에 따른 체중감소와의 관계를 살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이어트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모두 100개다. 탄수화물 관련 37개, 지방 관련 19개, 총 칼로리에 영향을 받는 44개, 운동에 반응을 보이는 25개다.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다이어트의 효율도 달라졌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 지방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사람, 음식종류에 상관없이 총 칼로리를 낮춰야 하는 사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사람 등 유전자 조합을 기준으로 제각각 달랐다.
연구팀은 이를 △저탄수화물 식이형 △저지방 식이형 △저칼로리 식이형 △운동형으로 구분했다.
각 유형 안에서도 개인별 관련 유전자 변이의 조합에 따라서 매우 높음, 높음, 낮음, 매우 낮음 등 4단계로 나누고, 높음 이상인 경우 해당 유형에 속한다고 봤다. 하나 또는 둘 이상 복수의 유형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저탄수화물 식이 유형'이고 운동에는 반응이 낮은 사람이 헬스장에 열심히 다니더라도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면 살을 빼는 데 성공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저지방식이 유형'인 사람이 무턱대고 최근 유행했던 저탄수화물-고지방식(저탄고지) 방법을 따라 했다간 살이 빠지긴 커녕 오히려 살을 찌울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당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고 나머지 다이어트 방법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효율이 떨어질 뿐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주력해야 할 다이어트 방법을 우선 정한 뒤 나머지 방법을 보조적 수단으로 병행하면 효과가 극대화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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