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된 무당개구리 모습 [사진제공 = 사이언스] |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서울대 등 전 세계 38개 대학과 연구소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진은 개구리와 두꺼비 등 전 세계 양서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균인 항아리곰팡이(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의 기원이 한국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0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양서류들이 1990년대 말 처음 발견된 병원성 항아리곰팡이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고 있다. 이 곰팡이는 개체의 피부에 침투하여 정착하고 호흡을 방해하는데, 감염된 개체는 결국 심장마비로 인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항아리 곰팡이의 기원이 어떤 지역인지 과학자들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서식하고 있는 양서류의 몸에서 항아리 곰팡이를 채취해 유전체 분석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는 과거 여러차례 진행됐던 항아리 곰팡이 유전체 데이터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항아리 곰팡이가 크게 네 종류의 유전체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중 세가지는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유전체 서열을 갖고 있는 나머지 항아리 곰팡이는 유독 한국에 서식하는 양서류에서만 발견됐다. 연구를 이끈 시몬 오할론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교수는 "한국에서 발견된 항아리곰팡이의 유전적 특성이 다양한 것이 확인됐다"며 "이를 통해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최초로 병원성을 가진 후 변형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항아리 곰팡이의 유전체 분석과 다양성에 대한 연구는 서울대 수의대 민미숙 교수팀이 이전에 분석한 논문이 토대가 됐다.
이번 연구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양서류가 항아리곰팡이에 강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민미숙 교수는 "한국의 개구리들은 오랜 시간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발병에 면역적 저항성을 가지도록 진화해왔다"며 "유럽이나 남미처럼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됐다고 폐사하는 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00년대 초 한반도에서 채집된 개구리 피부 조직에서 항아리 곰팡이가 발견된 만큼 국외 개구리들이 영향을 받기 이전부터 한반도 양서류는 항아리 곰팡이를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항아리곰팡이는 1950년대 해외 교역이나 군수 물자 수송을 통해 확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양서류를 폐사시킨 병원균 계통은 한국의 무당 개구리를 감염시킨 항아리 곰팡이로부터 유래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는 물과 뭍에서 생활이 가능해 물과 육지환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만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민미숙 교수는 "개구리는 인간에게 해로운 모기를 잡아먹을 뿐 아니라 조류나 다른 파충류의 먹이가 된다"며 "개구리 개체수가 줄면 생태계 고리가 깨지면서 결국 인간에게도
연구진은 항아리곰팡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간 생물학적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오할론 교수는 "양서류에게 치명적인 또다른 질병이 퍼질 우려도 존재한다"며 "애완용 양서류 수출입 등을 막는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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