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 나쁘면 만성질환 악화시킨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말 65세이상 노령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어서서 UN이 정한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인구 고령화 현상은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이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회적 문제이며, 수명연장을 넘어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 행복한 노년을 위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은 누구나 인정하듯이 전신 건강이다. 이를 위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잘 먹고, 잘 소화하여 그 에너지를 잘 활용하고, 잘 배설하는 일이다.
대한노년치의학회는 "구강은 음식물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으로 소화기관의 시작이며, 구강이 섭식, 저작, 연하라는 기본적 기능을 잘 할 수 있어야 이후의 전신 건강을 지킬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만약, 음식물을 씹어서 잘게 부수고 침과 잘 섞이게 하는 작용이 구강에서 잘 되지 않으면 영양소의 소화, 흡수가 원활하지 않게 되며 이는 다각적으로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강은 이와 함께 발음, 얼굴의 아름다움, 호흡 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기본적 생명유지 기능 외에 사회적 대인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앞니가 없는 경우 발음에 지장을 초래하며 웃는 모습 역시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숨쉴 때 나는 악취 또한 대인관계의 자신감 저하로 인해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인은 전신적 기능이 쇠퇴됨에 따라 섭식, 저작, 연하의 기본적 구강기능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젊을 때는 대충 씹어 삼키더라도 큰 탈이 나지 않았으나, 늙어서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또한 젊을 때는 치아상실이 흔하지 않으나 나이가 증가하면 치아상실의 위험이 증가하면서 발음, 심미에 대한 위험도 커진다. 구취 역시 노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더불어 고민거리가 된다. 노인이 되면서 복용하게 되는 대부분의 약물들은 부작용으로 구강건조증을 유발하며, 타액 분비가 잘 되지 않으면 기본적 저작, 연하도 쉽지 않으며 수면의 질 감소, 삶의 질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그 외에 입안의 다양한 통증이나 작열감 등도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덧붙여 노년기의 사회활동 감소는 노인 우울증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우울증은 삶의 질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되기도 했고, 2008년에는 구강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우울한 정도가 심하고 삶의 질이 낮다고 보고되어 노인 구강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최근 각종 전신적 만성 질환과 구강건강사이의 상관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구강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대한노년치의학회는 "노인 인구의 증가는 곧 만성 질환자 수의 증가를 의미하며, 대표적 만성질환으로 들 수 있는 고혈압, 당뇨, 류마티스 관절염,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물론이고 조산, 저체중아 출산, 인지장애, 암, 발기 부전 등도 구강건강, 치주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즉, 치주질환 등의 건강하지 못한 구강 상태는 만성질환을 악화시키거나 그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키며, 일부 만성질환 역시 치주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호관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어 "구강이 건강하지 못하면 전신건강 뿐만아니라 삶의 질이 저하되고 구강건강의 중요성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더 커지므로, 노인에 있어서는 구강청결 및 구강건강의 유지를 위한 노력이 젊을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비교할 때 치과계에서 느낄 수 있는 큰 변화는 생활수준 향상과 의료기술 발달로 노인인구에서 무치악자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노인의 잔존치아수가 증가했으며, 스스로 이동이 가능한 노인의 연령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종합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기관 등의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이동이 불편하거나 치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치과의료 서비스를 쉽게 받기 힘든 상황이다.
대한노년치의학회는 "전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노인들에게 구강건강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으며, 언제가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는 이 분들의 구강건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체계적 관리가 되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