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때 고양이가 먹을만한 음식이 남으면 챙겨다 길냥이(길고양이)가 있는 풀숲에 놓아두곤 했어요. 회사에서 반려동물 부서를 만들 당시 전문 상품담당자(MD)가 없었는데 해당 부서로 발령이 났어요. 회식 때 포장해가는 모습을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 모두 '네게 천직'이라고 했죠(웃음)"
양진영 GS SHOP 뉴오퍼링파트 MD(34, 과장)는 4살 때부터 개를 키운 30년차 애견인이다. 또, 길냥이를 돌보는 '캣맘'이자 파양된 반려묘 2마리와 함께 지내는 애묘인이기도 하다. 사내에서 워낙 '동물사랑'으로 유명해 지난 2017년 GS SHOP이 반려동물 사업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담당자가 됐다.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아 부담일 법도 하건만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GS SHOP 본사에서 만난 그는 "수면 시간을 빼고는 내내 '개고양이 생각'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 양진영 GS SHOP 반려동물 담당 MD [사진 제공 = GS SHOP] |
대표적인 상품이 '앱봇라일리'다. 출근하면 집에 있는 고양이가 늘 걱정이던 양 MD는 반려동물 관찰카메라를 찾다가 활동성 강한 고양이를 위한 '움직이는 CCTV'인 앱봇라일리를 발견하곤 제작사인 바램시스템에 직접 문의한 끝에 GS MY SHOP 입점까지 이어졌다. GS SHOP 벤처투자팀도 바램시스템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달에는 30억원 투자가 성사됐다. 현재 바램시스템은 GS SHOP과 함께 앱봇라일리 국내 판매와 해외 진출은 물론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양 MD는 "반려동물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품질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상품이 등장하기도 한다"며 "좋은 제품도 많지만, 아기제품 전문업체가 유아동 제품보다 품질은 좋지 않은데 가격이 더 높은 반려동물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품질에 가성비 높은 제품을 살핀다"고 설명했다.
양 MD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반면 여전히 반려동물을 적대시하는 문화가 공존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인이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본능이 강하고 조심성도 높다. 해외에서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사료도 잘 팔리는데 비해 국내는 주요 구입처가 동물병원이다. 사료는 프리미엄 제품을 추구하는 대신 반려동물 용품은 가성비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꼼꼼한 소비자가 많아지는 데 법은 이를 쫓지 못하고 있다. 100% 내추럴이 아닌데 '100% 내추럴'을 표기해 판매해도 법적으론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좋은 상품을 찾으려 반려동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양 MD는 강조했다. GS SHOP이 단순 제품판매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시작해 ▲반려동물 용품 정기배송(돌로박스) ▲맞춤습식사료(펫픽) ▲펫시터(도그메이트) 등을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 GS SHOP 모바일 반려동물 전용관 페이지 |
투자도 적극 이뤄지고 있다. 바램시스템을 비롯해 펫프렌즈, 도그메이트, 펫픽 등이 GS SHOP 투자를 받았다. 양 MD는 "반려동물 시장에 투자 입소문이 나면서 훌륭한 스타트업이 먼저 GS SHOP 문을 두드려 판매와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반려동물 시장은 영세기업이 많은데 직간접 투자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사업 뿐만 아니라 관련 사회공헌사업 역시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2만5000원 상당(30개)의 독일산 캣스틱(간식)인 비타크래프트 3만개를 택배비 2500원만 내면 배송해주는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길고양이가 평소 접하기 힘든 고급 간식을 무료로 증정해 집고양이가 아닌 길고양이에게 한 번 양보해달란 사회공헌활동이었다. 이 이벤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반려묘 카페 등을 중심으로 '길냥이에게 먹이자'란 작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280개 3100여개 반려동물 제품이 GS SHOP에 입점해 있는 만큼 GS SHOP은 유통기한 임박상품이나 마케팅용 제품을 유기견센터에 보내는 등 관련 사회공헌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양 MD는 "올해 안에 데이터쇼핑인 GS MY SHOP을 통해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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