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홍현철 엘이디세이버 대표. [사진 제공 = 엘이디세이버] |
무역맨이던 홍현철 엘이디세이버 대표가 LED 제조업에 뛰어든 건 지난 2011년이다. 형광등 조명이 LED로 전환되는 추세를 읽고 유통을 할 생각이었지만, 이흥태 기술이사를 만나 무선 연동 기술을 접하고 직접 제조에 나서기로 했다.
엘이디세이버의 지하주차장용 조명은 사람이나 차량의 동작을 감지해 이동 경로에 따라 조명을 밝혀준다. 차량의 속도에 따라 밝혀지는 조명 개수도 바뀐다. 조명기기들을 무선으로 연결시켜 조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듈이 핵심 기술이다. 유선 연동 조명 대비 시공이 편하고 확장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엘이디세이버는 무선 연동 조명 기술과 관련한 특허 3건을 보유하고 있다.
엘이디세이버는 최근 주차 관제 시스템 1위 업체인 아마노코리아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주차장 입구 차단기에 설치된 카메라와 연동돼 차량 진입 시 조명을 밝혀 준다. 또 LG전자의 벤더로 등록되면서 전국의 LG그룹 사업장에 설치될 조명 공급도 이뤄지고 있다. LH와는 주차유도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홍 대표는 엘이디세이버 제품의 강점으로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꼽았다. 조도를 제어하도록 하는 신호를 무선으로 전달받을 때 발생하는 간섭을 제어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엘이디세이버 역시 창업한 뒤 관련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매출 없이 R&D 투자만 한 것이다. 이흥태 이사가 이끄는 R&D센터에서는 모두 3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하며 소프트웨어를 개선해가고 있다.
![]() |
↑ 엘이디세이버가 보유한 특허 기술. 차량의 속도에 따라 밝혀지는 조명의 개수가 조절된다. [자료 제공 = 엘이디세이버] |
그러나 이듬해인 2016년부터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과잉 공급으로 영업이 어려워졌다. 기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조명 전환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 경쟁력이 입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엘이디세이버의 제품은 경쟁 제품들에 비해 20~30% 가량 비싸다. 발주하는 아파트 주민회 구성원 중 조명 전문가가 없으면 엘이디세이버의 제품이 비싼 이유를 납득시키는 게 어렵다.
비싼 가격에 부합하는 품질을 갖췄다고 자신한 홍 대표는 기축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된 지난 2016년부터 영업 전략을 바꿔 조명 전문가를 상대하면 되는 B2B 시장에 집중했다. 입찰에서 기술 부문의 점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과 전국의 대기업 사업장이 대상이었다.
엘이디세이버는 지난해 매출 27억원을 바닥으로 올해는 약 34억원, 내년은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홍 대표는 전망했다. 이어 "올해 기준으로 지난 2015년의 매출 규모를 회복하지 못하지만, 회사는 훨씬 건전해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주차장 조명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경영 상황이 어려울 때 버텼기 때문에 다시 도약할 발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매출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자 홍 대표는 엘이디세이버에 앞서 창업한 무역업체를 통해 번 돈을 엘이디세이버에 쏟아 부어야 했다. 그는 "기술의 외부 판매와 인력 구조조정까지 검토했지만, 둘 다 실행하지 못하고 버텼다"고 회상했다.
특히 기술 판매의 무산은 R&D센터 연구원들의 반대를 홍 대표가 존중한 것이었다. 그는 모두 15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엘이디세이버의 의사 결정은 대부분 민주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임직원 개개인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고 있어서다. 대신 인력 규모 확대에 대한 홍 대표의 기준은 명확하다. 직원 1명의 생산성이 매출 5억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엘이디세이버는 올해 서울시가 선정하는 기술혁신형 강소기업인 하이서울브랜드에 선정됐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