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기로 하는 본계약이 체결되고 대우조선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실사가 이르면 이번 주 시작될 예정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조선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증권시장의 평가는 박하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시장에 알려진 지난 1월 31일부터 본계약이 체결된 이달 8일까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주가는 각각 13.2%와 16.4% 하락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주가 하락폭은 4.4%에 그쳤다.
이날도 세 회사의 주가 움직임은 비슷하다. 오후 2시 5분 현재 현대중공업은 전일 대비 변동이 없는 12만5500원을, 대우조선은 900원(2.98%) 하락한 2만9400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220원(2.53%) 오른 892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 시장에 나온 7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의 물량 중 90%인 63만CGT를 수주했다는 클락슨리서치 집계 결과가 이날 전해졌지만, 삼성중공업만 호재에 반응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데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수 작업이 완전히 종료되는 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에 대한) 이벤트 트레이딩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역사회와 노조의 반발이 두 회사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본계약이 체결되던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사는 양사 조합원들의 상경 집회로 소란스러웠고, 부분 파업도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전면파업 등으로 확대될 경우 생산 차질 및 이에 따른 지체배상금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는 걸 막겠다며 산업은행 본관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5명이 경찰 측에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연행됐고, 또 다른 노조원 2명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본계약이 체결되기 직전인 오후 2시30분께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와 대의원 등 100여명도 집회에 합류했다.
각국의 기업결합심사 통과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주요국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으며, 세계 1·2위 조선사의 결합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최근 발주가 늘어나는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발주물량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작년 한국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은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 중 90% 가량을 수주했다. 이중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점유율을 합치면 63%에 달한다.
정동익 연구원은 "EU는 지난 2000년대 초 한국 정부가 조선사들에게 불법 지원을 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와 STX프랑스 간 합병과 관련해 독과점 조사 탄원서를 넣은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해 M&A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피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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