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이사직 박탈에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죠.
막대한 지분은 갖고 있었지만,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던 국민연금이 행동에 나선 건데, 이제 진짜 호랑이가 될지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기종 기자입니다.
【 기자 】
640조 원의 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3천 건 가까운 주주총회 안건에 투표했는데 찬성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나마 반대한 안건 가운데 실제 부결까지 된 것도 5건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이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로 불렸던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습니다.
지분 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사 선임에 반대할 수 있다고 한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한 겁니다.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사선임, 분식회계 혐의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총회 주요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 인터뷰 : 최종구 / 금융위원장
-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이행하는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을 이번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한항공 사례를 계기로 주주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주주 행동주의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며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계 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여론을 의식한 결정을 내렸다며,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 [ mbnlkj@gmail.com ]
영상편집 : 한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