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원자폭탄 피해 생존자의 23%는 장애를 갖고 있고, 약 10%는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보건복지부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위원회를 열고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첫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뤄진 이번 조사는 2017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제정된 후 정부 차원에서 처음 실시한 것이다.
조사 결과 원폭 피해자와 자녀들은 전반적으로 신체·정신적 건강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 경제적 빈곤 등에 처해 있었다. 특히 피해자 자녀(2세)들은 원폭 노출에 따른 질병 유전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한국인 피해자는 7만여 명이었다. 이중 4만명이 피폭으로 사망하고, 생존자 중 2만3000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8월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돼 있는 피폭 생존자는 대부분 70~80대로 총 2283명이고, 이중 70%는 경상도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이 725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 504명, 대구 326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피해자 1세 100명과 2세 105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을 실시한 결과, 1세대 가운데 23%는 장애를 갖고 있었다. 자가 평가 건강수준도 나쁘다고 응답한 사람이 과반수(51%)를 넘어섰다. 이들의 월평균 가구수입은 138만9000원이었고, 응답자의 36%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국내 70세 이상 일반인 장애비율(17.5%)이나 65세 이상 인구 중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평균(5.7%)보다 높은 수준이다. 2세 중에서도 8.6%는 장애를 안고 있었다.
또 피해자 1세의 11%와 2세의 9.5%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고, 이로 인해 피폭 피해 사실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폭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피폭 영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도 응답했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지금까지의 정책 초점이 원폭 피해자 1세에 맞췄다면, 이제는 2세에 대해서도 국가가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며 "올해 중 2세에 대한 의료이용 실태 등 후속 조사를 실시한 뒤 피폭 건강영향 등에 대한 시계열 분석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폭 피해자들의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자료에 따르면,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 인구집단과 비교해 사망자는 물론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유병률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주로 전립선암이나 위암, 대장암이 많았고, 여성의 경우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등을 많이 앓고 있었다. 다만 복지부는 "이번 조사는 피해자들의 전반적인 건강 실태를 파악한 것으로 질병 발생이 피폭 영향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폭 피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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