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회사인 옥타곤 크레딧 인베스터스(이하 옥타곤)에서 임원을 지낸 한인 교포가 회사와 그 회사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인 교포인 이성호(45·영문명 매슈)씨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남부지법에 회사와 앤드류 고든 최고경영자(CEO)를 '인종차별', '보복금지' 등의 위반으로 고소했다고 이씨 법률대리인측이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20년 넘게 옥타곤에서 일하면서 높은 성과로 인해 고속 승진을 하다가 최고 투자 위원회 멤버에 되는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고, 일방적으로 해고까지 당했다. 투자 위원회가 백인 위주로 구성돼 있어 차별을 당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체이스, 메트라이프 등 금융업에 종사하다가 지난 1998년 옥타곤에 금융 애널리스트로 입사했다. 옥타곤은 자산운용규모가 200억달러에 달하는 민간투자회사다. 이씨는 입사 후 좋은 성과를 내면서 고속승진을 하면서 2013년 리서치헤드가 됐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리서치헤드가 된 이후에도 좋은 성과를 냈지만 추가 승진 기회는 제한됐다.
옥타곤의 투자 위원회 멤버가 되는 것이 다음 단계였지만 이 기회를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투자 위원회는 투자 기회를 찾고, 투자를 결정하는 하는 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리서치 헤드로 고속 승진한만큼 투자 위원회 멤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씨는 2013년~2018년 기간에 앤드루 고든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이 이슈를 제기했다. 그러나 고든 CEO는 지속적으로 이씨의 요구를 거절하고, 이씨보다 늦게 회사에 합류한 백인을 투자위원회 멤버로 임명했다.
이씨의 요구가 계속되자 고든 CEO는 이씨를 투자 위원회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여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식 멤버는 아니었다. 이에 불만이 쌓인 이씨는 지난 2017년 1월 투자 위원회 멤버들을 직접 접촉하며 자신을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줄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18년 옥타곤은 이씨를 투자위원회 정식 멤버로 임명했지만 이씨 기대와는 달랐다. 이씨는 투자위원회 정식 멤버가 된 이후에도 그는 주요 최고급 전략 회의 등에서 배제됐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이씨는 2019년 1월 11일 고든 CEO를 만났다. 이씨는 고든 CEO에게 자신이 계속 회사에서 일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고든 CEO는 이씨가 남아줄 것을 원한다는 의사를 제시했지만 추가 권한을 주겠다는데는 합의해주지 않았다.
이씨는 2월에 다시 고든 CEO와 이와 관련된 대화를 갖고 이 상황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옥타곤의 리더십이 백인 위주로 돼 있다는 점에서 인종 때문에 회사가 이씨를 더 이상 승진시키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를들어 이씨가 회사를 물러날 시점 당시 옥타곤의 10명 시니어 애널리스트 중 9명은 백인이었고, 한명만 이씨였다.
그러나 이씨가 인종 문제를 거론하면서부터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추가 승진 기회가 사라졌고, 그는 물러나게 됐다. 이씨는 사직 조건을 협상하려고 했지만 회사가 그의 사임을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린 것이다. 특히 이씨가 변호인을 통해 이에대한 부당함을 주장하자 회사측은 이씨가 신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이씨는 2019년 3월 8일
이씨의 법률대리인인 베로니카 정 변호사는 "옥타곤은 회사 주요 임원들을 모두 백인으로 채워 인종차별을 했고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직원을 해고한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한인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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