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소기업들은 물론 은행들도 돈이 모자라 아우성입니다.
은행채 금리가 8%에 육박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고, 은행들은 저축은행 못지않은 고금리를 주고 자금을 융통하고 있습니다.
mbn 집중기획,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은행들의 돈 가뭄에 대해 천상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보다 1조 9천억 원 늘어나는데 그쳐, 지난 4월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그나마도 이달 들어서는 신규대출은 거의 중단된 상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돈도 잘 돌지 않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해외조달이 완전히 막힌 은행들이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하려고 해도 사주는 곳이 없습니다.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8% 육박하는 등 8년 만에 최고치며, 카드대란 당시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부족과 부동산 PF 대출 부실, 중기 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최석원 /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상승은 민간 경제주체인 가계나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투자나 소비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급해진 은행들은 연 7%대의 고금리 예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중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제2금융권과 증권업계 등으로 자금난이 확산되고, 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은행관계자
-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금도 안 내놓는다는 말이죠. 이전에는 3%짜리 정기예금도 들어왔는데, 지금은 6~7%짜리면 내 놓을 수도 있는데 안 내놓잖아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대출받으려고만 하고…"
그러자 정부는 은행들의 해외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을 약속하고, 한국은행도 총액한도대출을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인 유동성 지원에 나섰습니다.
은행의 잘못된 경영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지만, 더 큰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한중 /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 "은행권의 부실문제, 유동성 위기문제는 실물경제 위기를 촉발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유동성 공급의 공과에 대해서는 사후에 판단하더라도 정부의 유동성 공급정책은 상당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더라도,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또다시 강화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합니다.
▶ 인터뷰 : 배상근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이렇게 금융위기가 나타날 때마다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려면 규제는 완화하되, 금융시장에 대한 감시 감독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한 때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무작정 늘리며 외형확대에 몰두한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이라는 암초에 부딪히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복병으로 등장했습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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