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난 지금 환자 본인이 직접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결정한 비율이 시행 전과 비교해 2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허대석 교수팀(유신혜 전임의, 김정선 전공의)은 2018년 2월 5일∼2019년 2월 5일 서울대병원에서 연명의료결정 서식을 작성한 뒤 사망한 19세 이상 성인환자 809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연명의료 결정은 크게 유보와 중단으로 구분된다. 유보는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을 가리킨다.
분석결과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결정 서식에 서명한 비율은 29%였다. 이는 2003∼2004년 보라매병원에서 연명의료결정 서식을 작성한 뒤 사망한 환자 143명 가운데 스스로 서명한 비율이 1%에 그친 데 비해 높은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연명의료 결정의 71%는 가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가족이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본인이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 유보 비율이 98.3%이고 중단은 1.7%에 불과했다. 반면 가족이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 중단 비율은 13.3%로 나타났다.
또 임종 1개월 내 말기 암 환자의 중환자실 이용률은 2002년 1.8%에서 2012년 19.9%, 2018년 30.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임종을 앞둔 환자의 중환자실 이용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는 달리 임종 1개월 내 중환자실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환자 본인이 직접 서명하는 비율이 급증했다"며 "다만 가족과 본인의 결정이 다른 경향을 보이고, 중환자실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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