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약 두 달 만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대(對)한국 수출을 허가했습니다.
또 다른 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는 약 한 달여만인 지난 7일과 19일 2건을 허가했고, 다른 수출 신청 건에 대해서는 언제 허가를 내려줄지 미정입니다.
대한국 수출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수출허가 기간이 들쭉날쭉해지면서 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달 4일부터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현재까지 포토레지스트 2건과 에칭가스 1건이 수출허가를 받았습니다.
포토레지스트는 이미 한국에 들어왔고 에칭가스도 곧 통관을 거쳐 한국으로 수입될 예정입니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발표할 당시 정상적인 용도의 수출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줄 방침을 밝혔습니다. 개별허가 수출 허가 소요 기간이 통상 90일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지난 1일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5개월 정도의 에칭가스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다음주 초 일본산 에칭가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업계로서는 급한 불은 끈 셈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이번처럼 포토레지스트는 한 달, 에칭가스는 두 달 만에 또 허가를 내준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개별허가 승인 여부는 전적으로 일본에 달렸고, 언제 허가를 내줄지도 신청 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개별허가 신청 소요 기간은 품목마다, 기업마다, 나라마다 다르다"면서 "이번에 수출허가가 났다고 해서 다음번에도 비슷한 기간에 수출허가가 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와 함께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아직 1건도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번 수출허가는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할 것을 대비해 대응 논리를 세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추후 한국이 일본을 WTO 규정 위반으로 제소할 경우 일본은 이번 수출허가 사례를 들어 민간용 수출은 정상적으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포괄허가를 받던 때와 달리 일본산 반도체 소재를 수입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재고를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언제 재신청을 해야 할지 등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칫 제때 수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을 겪을 우려도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함에 따라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 지난 28일 이후 기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외에 대일본 수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정부 관계자는 "일단 일본 자율준수프로그램(ICP·Internal Compliance Program)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은 별다른 문제 없이 수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ICP 기업과 거래를 트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