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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이라하면, 젊은 열기가 광적으로 달아올라 뜨거운 용광로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것만 같다. 젊은 남녀들이 어두운 조명 속, 비트위에 몸을 싣고 술에 취해 흔들어대는 광경- 조금은 이성을 잃어도 용서가 되는, 아니 너무 이성적이였다간 오히려 물 흐리는 미꾸라지라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열기는 젊은 열기에 의해 이루어진 것 만은 아니다. 강남의 파티들은 소셜 네트워크- 즉 인맥을 도모하는 사교 모임이 아니던가. 어디서 '한 자리', '한 따까리' 한다는 이들이 아무런 이름표도 달지 않고 편히 모여 노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그룹들이 끼기 시작한다. 바로 '갓 슴살들!'
스무살들은 일부러 '슴살' 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스물하나, 스물둘은 아니지만 스무살들은 나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짤막하다. 이들은 클럽에 젊은 피를 수혈해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눌려왔던 호기심과 열기를 누구보다 잘 표출해낸다. 그러나 몇몇 강남 클럽에서 '슴살'들은 오히려 '더 나이 먹고 오세요' 라며 입장을 거부한다.
왜냐고? 왜 풋풋한 92년생을 클럽에 못들어오게 하냐고? 이제 막 자유를 얻게 된 이들의 희망을 깨는 거냐고?
1~2년전 일이었다. 30대 초반 사업가 남성과 20대 중반에 늘씬한 여자가 함께 와서 클럽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테이블에 있던 그녀는 심심해서 댄스플로어에 나갔다. 춤을 추는 그녀에게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어느 한 남자의 시선이 꽂히게 됐다. 영화나 TV에서 보던대로 그녀에게 다가가 부비부비를 하려고 한다.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던 그녀는 정중하게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술 한잔 하자며 바로 가자고 한다. 이 광경이 테이블을 잡고 온 그녀의 남자친구 눈에 들어오게 되고 결국 싸움이 벌어지게 된 것. 클럽에서는 은근히 이런 소동이 잦은 편인데 대부분 이성 문제로 이성을 살짝 잃어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어린 남자, 어린 여자아이들이 소동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쯤 되자, 강남의 몇몇 클럽에서는 '21세 혹은 22세이상 입장 가능 / 갓 스무살 입장 불가' 령을 내리게 된 것.
사교 파티의 프레스티지를 보존하고 싶은 강남 클럽들의 그들다운 선택이었다. 갓 스무살들이 우르르 와서 3만원씩 내고 가는 것보다, 파티의 프레스티지만 잘 관리해주면 한 테이블에 1000만원 가까이 마시고 가는 손님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청담동 스러운 클럽'들은 스탠딩 손님들도 초대 게스트가 많을 뿐더러 VIP존에 테이블을 잡는 VIP 들이 쓰고 가는 돈으로 거의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 20대 초반의 경우, 나이트클럽과 클럽문화의 차이점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거나 물을 흐리는 경우도 많다. 이성을 꼬시러 간다던가 파티문화의 유명 DJ의 음악을 들으러 비싼 돈을 주고 온다던지 하는 자체적인 문화적인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 그리고 다른 사회 환경에서 처럼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상대 이성들에게 인기가 최고로 많을 것이라는 과도한 자신감에 차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야 한다. 파티에서는 어느정도 사회적 위치로 여유가 있고 조금의 연륜에 의한 유머가 묻어나는 꾸미지 않은 남자들이 가장 인기가 좋다는 것.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여러 과정(?)과 노력을 통하여 예뻐진 강남 여자들을 웬만한 스무살 여자들은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그 나이 때의 그 젊은 열기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왠지 클럽과 잘 어울릴것 같은 이들이 오히려 이러한 이유로 거부 당했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파티 문화가 이를 역으로 잘 이용한다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산 록 페스티벌 형식으로, 싸이트랜스 음악 페스티벌을 서울에서 저렴한 가격에 20대 초반만을 타깃으로 잡는 행사를 벌여도 참 멋질 것 같다.
글쓴이 지예. 23세. 직업은 작가. 케이블 채널 tvN ‘러브스위치’에 출연하며 ‘압구정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강남 클럽 일대에서 그녀를 목격할 수 있다. 현재 강남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놀이문화, 가치관을 다룬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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