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각에선 지루하단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이 무슨 마력인가 싶다. 운이 좋게도 바로 다음 날, ‘나는 가수다’ 녹화 현장 공개란다. 1시간 10분 여의 경연 녹화를 살짝 들여다봤다. 생각보다, 장난 아니더라.
4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드림센터.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4라운드 1차 경연 무대가 펼쳐진 가운데 이날 무대가 취재진에 공개됐다. 초창기부터 각종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아 온 ‘나는 가수다’가 띄운 일종의 ‘초강수’다.
길게 늘어 선 청중평가단 사이엔 기대감과 호기심의 미소가 속속 엿보였다. 청중평가단 외 관계자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불공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그것 또한 그들의 ‘운’이라면 ‘운’이다.
녹화는 세트 사정으로 1시간 가량 지연됐다. 본 녹화에 앞서 무대에 오른 신정수 PD는 청중평가단에 연신 사과하며 최고의 무대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4라운드 경연은 ‘나가수’ 출범 후 처음으로 ‘1명 탈락-1명 투입’의 서바이벌 룰을 준수하게 된 경연. 신 PD는 “꿈에 그리던 시스템이었다”며 감회를 드러냈다.
이날 미션은 ‘나가수에서 도전하고픈 노래’. 그간 가수들의 파격 변신이 ‘나가수’를 이끌어 온 힘이기도 했지만 이날은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무대의 연속이었다.
관광버스 노래방 18번 ‘남행열차’가 ‘한국의 파리넬리’ 조관우의 목소리를 타고 그렇게 구슬프게 들려올 줄, 엉덩이춤으로 유명한 카라의 ‘미스터’가 ‘발라드 여왕’ 장혜진과 함께 그렇게 락킹한 곡으로 변신할 줄 그 누가 예상했으랴.
원년 멤버 YB 박정현 김범수의 실험적인 무대 또한 인상적이다. 불과 지난 주 나미의 ‘빙글빙글’로 뜨거운 무대를 선사했던 YB는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통해 다시 한 번 ‘나는 락커다’를 입증했다.
‘요정’ 박정현은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를 통해 앙큼하면서도 도발적인 무대를 연출했으며, ‘비주얼 대세’ 김범수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탭댄스와 절묘하게 매칭 시켜 다시 한 번 진화를 보여줬다.
또 막내 옥주현은 핑클 멤버이자 현재 대한민국 최고 여가수로 군림하고 있는 이효리의 ‘유 고 걸’을 선곡, 이효리에 강력한 도전장(?)을 냈다. ‘나가수’ 각선미 퀸답게 하의실종 패션도 멋스럽게 소화한 옥주현의 섹시하고 도발적인 열창에 관객 다수가 기립했다.
마지막 무대는 자연스럽게 ‘룰’이 된 새 가수의 경연이었다. 주인공은 알려졌다시피 솔리드 출신 R&B 가수 김조한. 동시대를 풍미한 명품 발라더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를 선택한 김조한은 특유의 풍성한 성량과 필(feel)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얄미울 정도로 여유로웠다.
TV로 보던 ‘나가수’와 실제 녹화장에서 본 ‘나가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음향이다. 여느 공연장 음향과 비교해도 월등한 ‘나가수’ 음향은 ‘나가수’ 정신적 지주였던 이소라가 뿌린 씨앗이다.
방송을 위한 ‘녹화’가 아닌, 청중들을 위한 ‘공연’의 느낌이 강했던 실제 ‘나가수’ 무대는 출중한 세션 연주자들에 각 가수들이 섭외한 연주자들이 더해져 여느 공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월한 무대였다. 신정수 PD가 “‘나가수’ 콘서트를 꼭 성사시키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충분했다.
이날 신 PD는 녹화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가수’가 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1박2일’과 정면 대결? 이런 것보다, 오래 가고 싶다. 그래야 박정현 김범수 같은 가수들을 (TV에서)계속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건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특히 신 PD는 ‘나가수’에 대한 음악인들의 신뢰를 자신했다. “솔직히 ‘음악중심’이나 ‘스케치북’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다. 세션맨들뿐 아니라 연주자로 나오는 사람들 모두 출중한 사람들인데,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어 한다. ‘나가수’에 대한 신뢰가 있다.”
“가수의 힘으로 진화하는 프로그램”(신정수 PD) ‘나가수’. 이쯤 되니 왠지 그 진화의 끝이 궁금하지 않다. 단지 ‘진화’가 궁금할 뿐이다.
* 여기서 퀴즈! 과연 장혜진은 카라의 엉덩이춤을 췄을까? 안 췄을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