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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익현은 형배가 먼 친척뻘임을 알고 “믿을 건 가족 밖에 없다”며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을 따주겠다는 식으로 조직 폭력배 세계로 들어간다.
쉽게 말하면 익현은 로비스트가 됐다. 그리고, 익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최씨 집안 족보(?)와도 같은 수첩 하나를 들고 전국구 인맥을 자랑하는 익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심상치 않다.
부산 일대 나이트클럽과 빠칭코 등의 이권을 챙기면서 익현의 배포는 커져가고, 익현과 형배의 갈등도 쌓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1990년 10월 즈음은 최고조다.
영화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끝없는 욕심 탓에 익현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계속해서 꼬리를 문다. 위험한 길도 생명과도 같은 수첩을 통해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익현은 1980년대를 넘어 1990년대를 나름 수월하게 넘어간다. 혈연과 의리보다 현실을 선택한 그를 바라보는 관객은 씁쓸함을 느낄 수 있으나, 어쨌든 익현은 살아남았다.
주인공 최민식의 연기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비열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굴하기도 한 그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와 최하의 상태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건달도 일반인도 아닌 이를 뜻하는) ‘반달’이지만 배짱도 있고, 어설픔도 있다. 자기 가정만을 생각하는 아버지, 최민식은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또 하정우와 조진웅, 곽도원 등이 조화를 이룬 극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하모니가 이렇게나 잘 어울릴 수 없다. 튀지 않는 연기들은 어느새 관객을 과거로 돌아간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최민식이 끊임없이 주인공을 강조한다면 다른 이들은 힘을 뺀 듯하다.
특히 하정우는 온몸에 용 문신을 한 건달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극에 동화된 느낌이다. 뭔가 어리바리한 것 같은 건달 형배가 맥주병으로 판호(조진웅)의 머리를 가격하는 장면에서 소름이 끼치는 등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하는 장면이 다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익현과 형배, 판호(조진웅) 등이 대립한 이후 어김없이 가해지는 싸움과 폭력 신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 “살아있네”를 연발하는 최민식 등 경상도 사투리의 재미도 쏠쏠하다.
이야기는 아무리 복잡하게 생각하려 해도 단선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쉬운 건 제목 그대로 ‘나쁜 놈들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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