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오발이었어.” 상길(송강호)은 자신을 괴롭힌 지독한 사건을 마무리하며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화 ‘하울링’을 보고 상길의 이 대사를 기억하는 관객이 많다.
제대로 과녁을 맞혔어야 할 총알은 (상길의 진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잘못 날아 꽂혔다. 그 총알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총알은 흥행도 비켜 나갔다. 영화는 누적관객 20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쉬워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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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배우들의 섭외가 좋았다는 예상도 많았다. 송강호는 연기 잘하는 배우임이 정평이 나 있고, 이나영은 신비하고 신선한 매력으로 극을 이끌어 줄 것처럼 보였다.
승진에서 계속 밀리는 형사 상길을 연기한 송강호. 이나영과 함께 살인 사건 해결에 주요한 역할이다. 자타공인 연기 내공을 가지고 있지만 이나영을 따라가는 극의 흐름이라 그런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나영은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노력과 변화에는 박수를 쳐주겠지만 그리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대사를 빌자면 ‘살아있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은영이 늑대개와 교감하는 장면이 중요했지만 설득력 있게 와 닿지 못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외톨이가 된 은영이 늑대개와 정신적으로 통했다는 걸 납득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은영은 내레이션을 통해 늑대개와 교감을 이룬 것처럼 말하지만, 그 깊이는 얕게만 느껴진다.
제작진은 말이 통하지 않는 개와 기다림의 사투 끝에 원하는 장면을 얻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건 오산이다. 좀 더 극적인 장치, 은영과 개가 교감할 수 있는 장면이 더 필요했다. 관객은 공감하지 못했는데 은영과 늑대개만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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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한 것도 패착이다. 버디 형사물로 시작한 영화는 늑대개를 포함해 온전하지 못한 가족이라는 설정을 스릴러로 마무리하는 듯 하다가 드라마로 끝맺는다. 한데 모이니 어긋나 있고 툭툭 끊겨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관객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를 만든 유하 감독의 도시 3부작의 마지막 편을 기대했다. 또 송강호·이나영이라는 배우의 조합을 구경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섬세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선사한 두 전작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개봉 4주차에 접어들면서 성적은 부진한 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일까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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