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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29)가 까르르 웃었다. 잘나가는 기상캐스터 자리를 박차고 나와 하루아침에 새내기 방송인의 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MC 박은지'라는 타이틀로 새 출발했다.
아직은 특유의 억양으로 "기상 정보였습니다"라며 카메라를 응시하던 기상캐스터 박은지에 대한 기억이 강하기 때문일까. "주변에서 지금도 날씨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며 난처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왠지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한 표정이다.
박은지는 건국대 의상디자인 전공, 미인대회 출신으로 MBC 입사 1년 만에 간판 뉴스 기상캐스터 자리를 꿰차며 방송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7년 동안 뉴스데스크 기상캐스터로 활약한 그는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연예인 못지않게 높은 인기를 모았다.
그녀의 활약이 두드러질수록 주위에선 프리랜서 선언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그때마다 박은지는 "기회가 된다면 긍정적으로 도전을 받아들일 생각"이라며 전문 방송인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아 왔다.
그리고 지난 2월, 장고 끝에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아무래도 기상캐스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날씨를 전하며 방송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계속 안주하고 머무르기보다는 도전하고 싶어요. 원대한 꿈이라기보단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프리랜서 선언에 대해 "후회 없다"고 당차게 말한다. 이미 같은 자리에서 7년간 활약한 만큼 제2의 도약을 꿈꾸기에 꽤 적합한 시점이었다는 것. 박은지가 한동안 지속돼 온 '여자 MC 기근' 분위기를 타파할 신성으로 주목받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많이 고민했죠. 몇 년 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판단했습니다." 주위의 응원만큼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모두 다 그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걱정일 터.
박은지는 "자기계발을 많이 하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 모니터를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은 제 모습이 어색하고 '날씨'라는 단어가 나오면 움찔하기도 해요. 하지만 기상캐스터로 출발했다고 해서 제 방송생활이 그 분야에만 머물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더 넓은 방송생활로 폭을 넓혀 가야죠."
호기심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박은지는 전문 방송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색다른 경험도 하고 있다. 손바닥TV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 '모닝쇼'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며 MC로서의 자질을 키워가고 있는 것.
이뿐 아니라 박은지는 MBN의 야심작 '끝장대결! 창과 방패'에서 MC로 활약 중이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은지는 박수홍, 조형기, 지상렬, 김태훈 등과 찰떡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첫 예능 MC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타고난 끼와 솔직한 입담은 숨길 수가 없나 보다. 지난주 방송된 '창과 방패' 2회에서는 성형수술을 꿰뚫어본다는 무속인 얘기에 쌍꺼풀 수술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과 방패'는 각본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때론 중구난방으로 여러 MC들이 방송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간다.
예능 프로 경력이 많지 않은 그는 연예계의 소문난 입담꾼들 틈바구니에서 재치와 끼로 선방하고 있다.
"'창과 방패'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안됐지만 너무 재밌어요. 그래서 방송이 기다려져요."
전문 MC의 길에 당당하게 출사표를 내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박은지. 기존 방송인 중 롤모델을 꼽아 보라고 하자 망설임 없이 유재석을 꼽는다. "유재석 씨는 정말 대단해요. 게스트를 배려하는 미덕은 정말 최고죠. 본인의 욕심을 채우려 하기보다 게스트 모두 주목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 저도 그런 MC가 되고 싶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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