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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만 해도 영화에는 관심이 많지 않았던 터라 흘려들었다. ‘나쁜 남자’를 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조금 더 영화에 관심이 생겼고, 김 감독의 여러 작품을 보게 됐다. 그제야 그 강사가 무엇을 말했던 건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해는 되지 않았다. 김 감독만의 독특한 시도가 신선했고, 무겁지만 연민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에 꽂혔다.
김기덕 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에 ‘나쁜 남자’(2002), ‘활’(2005), ‘시간’(2006) 등 그의 영화를 섭렵했다. ‘김기덕 사단’이라는(혹은 이었던) 후배 감독들의 작품도 즐겁게 봤다. 특히 ‘영화는 영화다’(2008·장훈)와 ‘아름답다’(2008·전재홍)는 스승의 색깔이 깃들어 있으면서도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한 작품이었다.
이 일을 하며 김 감독을 만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비몽’(2008) 이후 두문분출,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1년에 1편 이상의 작업을 하던 작품 활동도 끊겼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작품 활동도 안 하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제작자로 나선 ‘영화는 영화다’의 수익 분배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문제였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컸다.
그가 지난해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과 ‘아멘’을 비공식적으로 내놓았다. 지난 19일에는 4년 만에 18번째 영화 ‘피에타’를 들고 공식석상에 섰다. 작품이 만들어지면 공식행사로 진행되던 제작보고회에도 처음 등장했다. 지난해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그랑프리를 받고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거절했던 그였기에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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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의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혹은 조각상을 일컫는다. 제목이 자신을 향한 고해성사처럼 보인다고 하자 김 감독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모두 신 앞에서 자비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장통을 앓았다”는 그는 과거의 시련은 모두 잊은 듯 농담도 건네며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칸에서 현지 언론 카날 플러스와 인터뷰 도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서럽게 울었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3대 영화제가 인정한 마이스터. 그를 향해 국내 언론은 물론, 외국 매체도 관심을 쏟았다. 김 감독을 향한 세계적 관심은 당연했다. “최근 3년 동안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만을 기다리려고도 하지 말자. 현재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느끼자’라는 생각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고 한 것처럼 그가 현재만 생각하고 계속해서 왕성한 연출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피에타’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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