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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사이에 필수라고 여겨지는 ‘밀(고)당(기기)’을 잘하는 것도 비슷하고,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는 외모에, 여성에게 뜨거운 남성인 것도 맞지만 김도진보다 위트 있진 않다. 상대 여성을 웃게 만드는 기술은 약간 부족한 듯하다.
물론, 극중 한 명의 여자 주인공 뚜펀위(장쯔이)처럼 셰이판에게 매료돼 사랑에 빠지는 이들도 한 둘이 아닐 거다. 장동건, 그만의 매력은 극중 캐릭터와 절묘하게 섞여 여심을 자극한다.
영화 ‘위험한 관계’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바람둥이 셰이판(장동건)과 돈과 권력을 가진 팜파탈 모지에위(장바이즈),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의 뒤얽힌 애정 관계를 담은 작품이다.
셰이판과 모지에위의 내기로 시작한 세 남녀의 관계. 셰이판은 모지에위에게 뚜펀위가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모지에위의 마음을 달라고 한다. 모지에위는 실패하는데 셰이판이 가진 땅을 달라고 한다. 사랑의 게임은 그렇게 ‘위험한 관계’로 변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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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위험한 관계’. 몇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멜로를 잘 만드는 연출가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의 손에 의해 새롭게 연출됐다. 특히 남녀가 서로를 원하는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는 침을 꼴깍하고 쉽게 넘어가게 하지 않는다.
주인공 세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와 표정연기가 기막히다. 셰이판을 원하지만 밀어내다가 결국 허락하고 마는 뚜펀위를 연기한 짱쯔이의 심리묘사는 특히 일품이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의 장쯔이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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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이즈의 악녀 아닌 악녀 역할도 관객을 압도할 만하다. 세 남녀가 벌이는 게임은 모지에위가 자신이 만나던 남자가 16살 먹은 처녀와 약혼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복수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의 파국 역시 마찬가지다. 관능미 넘치는 장바이즈의 팜파탈이 제대로 나타난다.
상하이의 상류 사회를 빈틈없이 꾸미려한 노력도 돋보인다. 세트와 의상 등이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제대로 조화돼 눈길을 끈다.
‘위험한 관계’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세계 관객에 먼저 선을 보였다. 중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4일 개막하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11일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111분. 청소년관람불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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