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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제는 도시를 주제로 총 12개 작품을 선보였다. ‘에코메노폴리스’와 ‘코추’가 연이어 매진사례를 보이며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던 올해 영화제는 관객과의 대화도 유독 인기를 끌었다.
영화제 첫 번째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인물은 이장호 감독. 이 감독은 지난 9일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로 관객을 만났다. 영화는 30년 전, 현재와는 다른 과거 서울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이 감독은 이날 ‘건축영화제의 영화이니만큼 영화 속 배경은 제2의 주연, 조연이다. 당시 강남 재개발 일대를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해 염두해 둔 것이 있었나?’라는 김규린 건축사의 질문에 “도시적인 부분을 보여줌과 동시에 춘식, 덕배, 길남의 청춘들의 방황을 보여주는 배경으로 그 곳을 선택했다”라며 “원작인 최일남 소설 ‘우리들의 넝쿨’에서 표현하는 배경이 도시를 확장시키고 변두리를 개발하는 지역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또 “건축과 영화는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점에서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건물들은 사회적인 배려 속에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대는 수익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심각한 문제다”고 말해 건축과 영화의 관계, 현대사회 속 건축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배우 안성기는 ‘바람 불어 좋은 날’을 통해 아역연기자에서 성인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10일에는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가’와 박재동 화백이 참여한 ‘판타스틱 플래닛’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정 감독은 “정기용 선생을 만나고 그의 생각에 푹 빠져보았다. 처음 막연한 관심은 구체적 관심으로, 건축에 대해서는 만든 이의 생각과 그 곳에 사는 사람의 삶 등을 생각하게 됐다”며 “건축이나 영화나 모든 작품은 타인을 통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와의 만남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 ‘내가 눈으로 직접 가서 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영화 속 깊은 의도를 설명했다.
‘판타스틱 플래닛’은 푸른 거인인 ‘트라그’, 작은 인간인 ‘옴’의 대립과 공존 등을 이야기하는데 이에 대해 박재동 화백은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 트라그는 강자이며 강한 힘을 가진 소수, 옴은 약자이며 다수이다. 각각의 멸망을 말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소통과 공감을 예고하는 엔딩을 통해 오래된 영화가 현재에도 같은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특히 ‘종이 비행기 날리기’ 등 실험적 수업으로 유명한 박재동 화백만의 ‘교육철학’에 대해 “아이들이 직접 사용하는 화장실, 식당, 휴게실 등은 그들이 직접 건물을 지었으면 좋겠다. 자유로운 발상을 통한 스스로 만든 건축물 속에서 지내며 획일적 교육 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고 바랐다. 한때 고등학교 교사였던 박재동 화백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가장 힘주어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폐막작 ‘코추’는 일본전통에 뿌리를 둔 현대 일본건축과 북유럽건축에 대한 이야기로 놀라운 시각적 영상을 보여준다. 일본 전통 건축의 주요 구성 요소가 현대적인 하이테크 건물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