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SBS TV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은 방송국의 뒷면을 들여다봤다. 약간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실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비록 큰 흥행을 거두진 못했으나, 드라마를 통해 제작환경과 배우들의 이면을 살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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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제가 더 모르는 것 같아요. 솔직히 극 중 제작사 분들이 캐스팅하려는 배우들을 어딘가에 붙여놓고 ‘쟤 아웃!’ 이렇게 말하는 것에 놀랐어요. (극중 최시원이 오지은을 골려주려 가한) 마늘 키스신도 그렇고요. 전 솔직히 그렇게까지 극한을 보지는 못했거든요.(웃음) ‘에이, 설마’했는데 (장항준) 작가님이 저보다 경험이 많으시고 현장 얘기도 필터링 없이 많이 들으실 테니 있을 수는 있는 얘기겠죠.”(웃음)
정려원은 “그래도 우리 드라마가 극적인 캐릭터들을 종합해서 보여준 같다”며 “아무래도 독특한 사람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최시원이 연기한) 강현민 같은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저도 일종의 필터링을 거친 뒤 이 드라마를 한 거네요”라고 또 배시시 웃었다.
‘드라마의 제왕’은 밤샘 촬영, 쪽대본, 스태프들의 노고 등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정려원은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제작 환경에 대해 “제작환경이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를 해달라는 목소리였다. 그는 다행히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며 일주일에 하루씩은 꼭 쉬었단다. “밤샘 촬영은 딱 하루였다”며 “늦게 끝나도 3~4시면 마무리가 됐다. 잘 시간은 항상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려원은 또 김명민과 연기하며 “작품을 향한 예의를 배웠다. 열정과 적극성을 봤다”고 기억했다. 약속 시간도 일찍 온 김명민은 대사의 양이 많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욕심 많은 정려원은 김명민에 샘이 나서 자기도 열심히 따라가려 했는데 불가능했고, 김명민을 인정해야 했단다. 그는 “내가 가진 기본을 다시 싹 갈아엎고 기본을 다시 배운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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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의 시청률은 낮았다.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하지만 정려원은 “방송국과 제작사에는 솔직히 죄송하지만 나는 다른 방식으로 위로가 된 것 같다”며 “‘드라마의 제왕’같이 피드백이 폭발적인 것은 처음이었다. ‘시청률과 체감하는 게 따로따로 일 수 있구나’를 느꼈다. 미용실이나 관계자들은 잘 봤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일상에 지쳐있으니 삶에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드라마답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짚었다.
‘드라마의 제왕’은 정려원과 김명민도 호평을 받았지만 극중 안하무인 톱스타 강현민을 연기한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을 향한 반응이 뜨거웠다. 그의 연기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정려원은 “이 친구의 캡처 능력이 대단하다”며 “앤서니 흉내를 내며 대사를 치겠다고 하고, 정만식 선배 특유의 찡그리는 얼굴 흉내도 내는 등 남의 것을 보고 자기화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웃었다. “촬영장에서는 시원이는 언제나 활력소가 됐다. 혼을 빼놓는데 재밌었다”며 또 현장이 생각났는지 한바탕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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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앤서니 김이 시력을 잃었지만 거의 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작가 이고은이 ‘드라마의 제왕’을 썼다면 어떻게 끝냈을까.
“일단 저도 무조건 해피엔딩이에요. 제가 너무 슬퍼서 비극은 못해요. 초반에 ‘드라마는 돈입니다’라며 앤서니가 강연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게 이어지면서 자서전을 보여주는 거죠. 사람들이 다 앉아 있고, 그 자서전이 어떻게 나온 건지 알려주면서 끝나는 거죠. 괜찮나요?”(웃음)
정려원은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우리 드라마 작가님은 정말 많이 안 흔들리는 분이셨던 것 같아요. 나름 기대작이었는데 반응이 안 나오면 주위에서 얼마나 흔들겠어요. 평정 지키고 써내려가기 어려웠을 거예요.” 신인작가 이고은에 여전히 빙의된 정려원은 장항준, 이지효 작가를 존경해 마지않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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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