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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례)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해갑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다큐멘터리로 국가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10여 명의 팬들도 거느리고(?) 있다. 과거 사상 불순으로 전과 이력도 있어 국정원의 감시를 받기도 한다. 몇 개월씩 살기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 있기도 하고, 가훈은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다.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깨닫는 배움이 훨씬 가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가르침이다.
일반 사람들과 너무도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니 해갑은 괴짜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도 과거에는, 또는 미래 언젠가는 한 번 생각해봄 직한 것들을 해갑은 문제시한다. 그는 2시간여 동안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물론 처음에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꽤 많을 거다. 응당 불합리한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극 중 아이들도 아빠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엄마 안봉희(오연수)의 영향 때문인지 아빠의 생각과 결정에 대체로 수긍한다. 관객도 어느새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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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토당토않은 소재와 이야기 전개는 꽤 흥미롭다. 일단 김윤석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가 원래부터 최해갑이었던 듯 너무나 자연스럽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에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이 영화 ‘완득이’의 동주 선생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해야 할까.
상대에게 거리낄 것 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주먹도 불사하는 인물이다. 가출한 아들이 전화해 집에 안 들어간다고 했는데도 반응은 “그래”라며 ‘쿨’하다. 돌아온 아들을 보자마자 ‘헤드락’을 걸고, 그 난리 통에 자취하겠다고 집을 나서는 딸은 또 그냥 보낸다. 아들에게는 여전히 ‘암바’ 기술로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스스로 살 힘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는 가훈을 실천하는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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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우리 사회 문제점을 많이도 짚어낸다. 뉴스에서 봤던 이야기들을 빗댄 에피소드들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된다. 후반부의 인질극이 다소 어수룩해 보아긴 하지만 해갑의 방식이 왠지 끌린다. 통쾌한 장면도 꽤 많은데 관객은 현실에서는 해갑의 방식이 통할 수 없음을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더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이 삶을 보고 멋져 보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갑네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해갑을 뒤따르는 부인과 아이들이 있어서일 수도 있겠다. 용기를 내 도전하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누군가가 해갑네 가족처럼 살고 있으면 좋겠다. 김윤석의 말마따나 대신 카타르시스를 느끼긴 좋은 영화다. 121분. 15세 관람가. 6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