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 홍보차 일본을 찾은 타란티노 감독은 15일 웨스틴 도쿄 호텔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각 ‘스토커’와 ’설국열차’,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 문을 두드린 박찬욱ㆍ봉준호ㆍ김지운 감독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동양의 영화가 6~7년을 주기로 주목을 받는데, 최근에는 한국영화가 가장 흥미로운 영화를 만든다”며 “아직 영화들을 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살인의 추억’과 ’JSA공동경비구역’이 지난 20년 간 가장 좋아한 한국영화”라며 “특히 ‘JSA공동경비구역’이 가장 멋진 마지막 장면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날 한국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펄프 픽션’을 홍보하러 갔었을 때,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 극장가에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가 인기였는데 한국의 반응이 너무 좋았고, 대단했다”는 기억이다. 그는 또 “미국 뉴욕 웨스트빌리지의 한 한국식당의 공동소유주”라며 “뉴욕에서 비빔밥이 먹고 싶으면 이 식당을 찾아달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장고’는 아내를 구해야만 하는 남자 장고(제이미 폭스)와 목적을 위해 그를 돕는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 그리고 그의 표적이 된 악랄한 대부호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벌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을 담은 영화. 이타리리아 출신인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1966년 영화 ‘장고’가 원작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자랑한다.
타란티노 감독은 ‘킬빌’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도 복수라는 테마가 강조되고 노예제도를 조롱하는 것 같다고 하자 “이번 영화가 복수가 중심은 아니다”라며 “사악한 왕국에서 여자를 구하려고 하는 로맨스의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예 제도는 미국의 원죄 중에 하나로 남아있는데 아직도 그 죄를 씻지 못했다”며 “백인과 흑인의 노예제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쳤는데 그 얘기를 하고 싶었고, 미국의 잔혹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폭스와 왈츠, 디카프리오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타란티노 감독은 “3차원 입체 캐릭터가 되길 바라며 영화를 만든다”며 “캐릭터를 맡겼을 때 그 옷을 입고 연기 잘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 많이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그는 또 같이 작업하고픈 조니 뎁을 꼽았는데, “조니 뎁에 딱맞는 올바른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 때 캐스팅을 하면 마법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타란티노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앞서 “시나리오에서 엄청난 전율이 느껴졌고, 이런 대범한 작품을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다. 오직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만이 해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기 인생 최초로 악역에 도전, 욕망 가득한 남자 캔디로 완벽하게 변한 이유다.
타란티노 감독은 “리허설을 많이 했는데도 식당 신을 찍을 때 레오나르도가 탁자를 내리쳤고, 조각이 부숴지면서 피가 났다. 하지만 무시하고 연기하는 것 자체가 캐릭터 면에서 너무 무서웠지만 또 흥미롭기도 했다“며 “레오나르도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우리를 매료시켰다”는 일화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장고’는 70회 골든글로브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또 크리스토프 왈츠가 남우조연상을 맡아 2관왕을 차지했다. 25일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5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놓기도 했다. 잘 만들고 싶은 마음에 촬영 기간을 3개월 넘겼고, 자비를 들여 완성했다. 위험한 폭파신에는 직접 출연하는 열의도 보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도쿄(사진)=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