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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에 자신감이 없어서 앞당겨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조심스럽게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고 말을 건넸다. 인상을 찌푸릴 줄 알았지만 그는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했다. 아니, 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거니 좋은 것”이란다.
“‘실미도’(2003)를 찍을 때도 섬 안에 들어가서 찍었고, 현장공개 한 번도 안 했어요. 개봉 4주 전까지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죠. 예측되는 기사들만 나온 상황이었어요. 기대치가 없었는데 시사회를 하고 나니 다들 당황한 것 같았어요. 다음 날짜 일간지를 다 도배했죠. 그래서 영화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강 감독은 “언론시사회만 열면 된다”며 으레 진행된 제작보고회도 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영화 홍보 마케팅 팀의 설득에 제작보고회와 무대 인사 등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그는 “쉰이라는 나이를 넘기니, 관객을 조금이라도 더 들게 하려는 것처럼 내 행동이 보이면 ‘추해진다’는 생각”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결국 백기를 든 건 같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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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기분이 나쁘거나 덤덤하게 들어온 관객이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얻어 가면 좋겠다”며 “우리 영화가 ‘록키’처럼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게 아니다. 소통 혹은 힐링을 다뤘다. 나도 영화사를 어렵게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팍팍한 삶 속에서 ‘우리가 살만하다’ 정도의 느낌을 나눴으면 하는 게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미도’로 한국영화 사상 첫 번째 1000만 관객을 넘은 연출가다. 그 외에도 ‘투캅스’나 ‘공공의 적’ 시리즈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3000만 관객을 넘긴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있다. 한동안 주춤하기도 했지만 다시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는 그가 다시 흥행을 꿈꾸지는 않을까?
강 감독은 “‘1000만 관객’으로 흥행하는 영화들을 보고 질투를 내거나 부러워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나도 다시 흥행해야지!’라는 생각도 없다. 다만 외국에서 사랑받는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감독이 부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을 때 ‘나는 왜 저런데 출품할 영화를 못 만들지?’라며 부러워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과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거죠. ‘나만큼 흥행했거나 사랑받은 사람 있으면 나와 봐!’하면 아마 없을 거예요. 부럽기는 하지만 영화제에 내보낼 영화를 만들 인내력은 없는 것 같아요. 대신 다른 쪽으로 가고 있죠. 김기덕, 홍상수 감독에게 저와 같은 영화를 만들라고 하면 그들도 못 만들 걸요?”
“충분한 준비 안 됐는데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 캐스팅을 하고 빨리 진행하면 2006년의 불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 밀리던 한국 영화는 점차 관객들의 인정을 받았다. 2005~2006년이 정점이었다. 하지만 급하게 만든 영화들이 쏟아져 침체기를 맞기도 해다.
물론 과거와 다른 건 후배 감독들이 인정받을 만한 인물이 많다는 거다. “요즘 잘 되는 영화들을 보면 장르별로 튀어나오잖아요. 풍성한 인적 자원들 때문에 과거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긴 하네요.”(웃음)
강 감독은 20여 년을 연출자와 제작자로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전설의 주먹’까지 19번째 연출을 했다. 부담감보다는 관객반응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을 것 같다고 하니 “부담감이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진다”는 답했다. “스스로 ‘잘 만들었나, 최선 다했나?’하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죠. 점점 못하는 영화를 만들면 그만할 때가 된 거예요. 아직 그렇다고 생각하는 안 하는데 비난이 고정화되면 안 되는 거죠. 기본 이상 넘어야 한다는 것에 항상 절치부심해요. ‘창피당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죠.”
초심으로 돌아가 작업을 했다. 그는 “옛날에는 영화 작업 자체가 재밌었는데 요새는 무거운 영화를 해서 그런지 고통스럽게 영화 찍는 게 관객들이 짜증 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는 밝고 신 나고 재미있게 찍으려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주변의 반응도 고무적이라 좋다. 쉰 살을 넘긴 감독이 제목과 내용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젊은 제목’을 들고 돌아왔다고 다들 깜짝 놀란단다. 강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보라”며 “일흔 살인데 아직도 영화가 대단하다. 도전할 게 계속 있는 게 영화”라고 웃었다.
“그렇게 안 보이는 배우가 나중에 격투인이 됐을 때 깜짝 놀랄 수 있는 거죠. 시작은 어색해도 영화가 끝났을 때 ‘와~ 죽인다!’라는 답이 나올 수 있거든요. 개그맨이 스릴러 주인공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그 친구 얼굴만 봐도 무서워질 수 있어요. 그건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거든요. ‘이끼’ 때도 정재영을 미스 캐스팅이라고 했어요. 근데 잘못한 캐스팅이라면서 왜 남우주연상을 주겠어요?”
강 감독은 “‘강우석 감독이 배우들은 참 잘 만지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하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