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아이리스2’에 눈에 띄는 여인이 등장했다. 그녀는 백산(김영철)이 젊은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여자이자 그가 아이리스가 된 이유를 밝혀주는 ‘비밀의 열쇠’ 이기도 하다. 바로 정수민 역을 맡은 신예 나연(27)이 그 주인공.
“현장 경험이 없는 제게 가장 큰 도움을 주신 건 정석원 선배님이셨어요. 차가워 보이는 인상,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에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참 따뜻한 분이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 태도는 물론 섬세한 부분까지 알려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나연은 “적은 분량 안에서 애절한 감정을 표현해야 해 어려움이 컸을 것 같다”는 질문에 “남다른 속사정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하게만 자랐다면 눈앞에서 살인을 저지른 남자를 어떻게 포용하고 사랑했겠나? 실제의 나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감독님이 ‘연기를 하지 말고 실제 그 상황이라고 상상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대본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동원했죠. 연기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슬픈 감정을 유지한다는 게 힘들더라고요. 일부러 지인들과의 만남을 피했고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어요. 식구들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우울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는 “모델 활동을 하면서도 한 번도 배우의 꿈을 버린 적이 없었다”고 운을 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았을 때, 나를 일으켜 세워 줄 계기가 필요해 무작정 중국으로 갔어요. 배우가 아닌 모델일을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예상 밖의 반응이 쏟아져 스스로 많이 놀랐죠. 그 때 일종의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사실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거든요. 모델 활동을 통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이어 “홍콩에서 계속 모델 활동을 했다면 좋은 대우를 받으며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모든 걸 잃어버린대도 연기의 꿈은 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의 음성은 단호했고 눈빛은 더욱 또렷해졌다. 그는 연기를 하게 된 지금을 “간절하게 꿨던 꿈이 막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액션·멜로 등 장르에 상관없이 어떤 연기든 도전하고 싶다는 말에서 결연함까지 느껴졌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제 색깔이 뭔지도 몰라요. 뭘 잘 하고 또 못하는 지, 무엇이 잘 어울리는 지도요. 이제부터 그걸 찾기 위해 뭐든 열심히 할 거예요. 보는 사람과 어떤 소통이 가능한 사진이 가장 좋은 컷이듯, 관객들이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지켜봐주세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