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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내가 왜 위로를 받아야 하지? 내가 모르는 나의 위기인가?’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순수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뭣도 모르는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단지 사람이 좋아서 작품을 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며 ‘권법’을 맡은 박광현 감독과의 작업을 계속해서 기다리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2~3개월, 3~4개월 미뤄지다 보니 어느새 1년6개월이 지나갔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었던 것일까. 자기만의 색깔이 가득한 노희경 작가가 조인성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권법’이 또 한 번 연기된 즈음이었다.
SBS TV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 조인성을 기쁘게 했지만, 사실 초반에는 “죽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막상 연습하려고 책을 폈는데 어느 포인트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복잡했어요. ‘작가님이 왜 이러시지? 뭘 믿고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십니까?’라고 했죠. 하지만 벅차고 완벽했던 대본이었어요. 쉬어갈 틈 없이 탄탄했죠. 모두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배종옥 선배님이 ‘언제 배우가 이런 기회를 잡겠니?’라며 다독여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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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해피엔딩”이라며 “이미 이렇게 끝날 걸 알고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마지막회 후반부 오수가 죽은 것처럼 보였던 건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며 “마지막 장면은 영과 수가 너무 힘든 사랑을 했기 때문에 동화 같은 느낌을 주려고 한 연출 의도였던 것 같다”고 했다.
조인성과 송혜교가 우는 장면들도 시청자를 먹먹하게 했다. 앞서 송혜교는 조인성의 눈물 연기에 대해 “감정을 잘 잡고, 여자들보다 더 잘 운다”고 칭찬한 바 있다. 조인성은 “송혜교가 더 잘 운다. 스위치를 누르면 눈물을 담고 있다가 또로록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눈물 연기가 “부담스럽다”고 고백했다.
“이전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전 우는 장면이 회자가 많이 된 편이에요. 패러디도 돼서 희화화되기도 했으니 더욱더 부담이 되죠. 이번에 PD님, 작가님과 얘기하며 다르게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작가님이 제 작품을 다 보셨더라고요. 작가님이 ‘너도 나이를 먹었다. 달라졌다’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웃음)
그의 눈물은 시청자들을 가슴 아프게 했는데, 수차례 울고 나니 실제 그도 몸이 안 좋아 촬영 중 장염에 걸려 쓰러지기도 했다. 노희경 작가는 배우가 잘못될까 “미안하다. 이제 그만 울어라”라며 16부 마지막회에서 한 번만 더 울도록 요구했단다. 물론 대본에는 운다고 돼 있었지만 감정만 가지고 가라는 뜻이었다. 조인성은 “그렇게 말해줘 감정이 편해진 것도 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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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잘 돼 차기작 고민도 더 깊어졌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상의 소재와 이야기, 혹은 어떤 장르를 선택해야 할지 등에 관한 걱정이다. 그는 “쫑파티 때 농담으로 3년 후에 보겠다는 말을 했다”며 “다음 행보가 고민되고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진지했다.
반 사전 제작 드라마였다. 제작진과 작가, 스태프, 배우들 모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도 높은 드라마를 했기 때문에 그는 “지금이 위험한 순간”이라고도 짚었다. “다음 작품을 할 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받았던 기분을 느끼고 싶은 욕망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순간을 잘 즐기려고 해요. 물론 그런 기분을 느낄 기회가 또 온다면 감사한 일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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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잘 안 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드라마는 운 좋게 거의 다 사랑받은 것 같아 좋다”며 “이번 드라마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기뻐했다. 만족감이 무척 높은 것 같은 자신의 연기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고민을 거듭하더니 “70점”이라고 짜게 평가했다. “나머지 30점은 10년에 한 번씩 채워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혜교와 연인, 멜로 호흡을 맞췄으니 여자로 느껴진다거나 사랑에 빠질 것 같지는 않느냐고 하자 “아쉽게도”라고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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