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이 1시간 더 늘었다. 웃음과 재미, 감동도 두 배가 됐다.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은 TV에 출연해 노래 불렀던 이들이 무대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전한다. 33년 ‘역사’ 동안 방송횟수만 1650여 회, 출연자만 3만 명인 국민 프로그램. 어마어마한 숫자의 출연자 대부분은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거다.
정말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 중국집 홍보를 위해 출연한 사장님, 사랑하는 사람에게 방송을 통해 고백하려는 남녀 등등. 출연진의 목표는 각자 다르겠지만 어느새 노래로 하나가 돼 즐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도 그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치하고 싫증 날 이야기일 것 같다고? 물린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분명 노래와 영화의 즐거움을 모르는 이들일 게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가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은 아니다. 그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고, 무조건 흠 잡으고 영화를 바라보지 말라는 얘기다. 그가 기획하고 제작했으니 그의 아이디어와 요구가 은연중 들어갔을 수 있겠지만, 영화는 신인 감독 이종필의 노력이 전면에 드러난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텐데도 몰입도를 높여가며 집중시키더니 어느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다.
김인권의 연기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코믹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매력에 또 한 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의 표정과 행동들은 웃음의 뇌관을 건드리기 직전과 비슷하다. “정신 못 차렸다”는 아내 미애(류현경)와 부부싸움을 하다가 휴대폰 판매를 하다 ‘영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세계적 가수가 된 폴 포츠를 언급하는 대목은 말 그대로 ‘빵’ 터진다.
에필로그도 놓칠 수 없다. 출연진이 함께 하는 ‘전국을 뒤집어 놔’가 흘러나올 때 어깨가 들썩이고, 영화관을 나서며 흥얼거릴 게 분명하다. 국제가수가 된 싸이와 함께 곡 작업을 하는 가수 유건형이 만든 노래는 신이 난다.
사는 게 팍팍하고 어려운 삶 속에서 자신의 꿈 혹은 잠시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이들이 우리네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전한다. 오랜만에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112분. 12세 관람가. 5월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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