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트’로 단숨에 청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후 그가 그리는 필모그래피는 좀 뜻밖이었다. 더 늦게 스타덤을 찍은 배우들이 펄펄 날고 있는 데도, 그는 다양한 모험을 즐기는 듯 했다.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한 노력보다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와 보였다. 최근 몇 년간의 행적만 봐도 그렇다.
‘호우시절’ 이후 국내 스크린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였다. “몸이 근질근질했다”는 표현이 나올만도 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검우강호’(2010)를 찍었고, 드라마 ‘아테나’와 ‘빠담빠담’을 선택하고 TV로 향했다. 영화 팬들을 만나기까진 그렇게 꼬박 4년이 걸렸다.
“조바심이 났지만 때를 기다렸다”는 그가 영화 ‘감시자들’(3일 개봉)로 금의환향했다. 치밀한 범죄 설계자 ‘제임스’를 통해 긴 공백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평단은 그를 반겼다. “영화계의 중심축으로 돌아왔다”며 환대했다. 아이돌 꽃미남에 열광하던 1020 여심도 “이제 정우성이 좋아졌다”고 넌지시 고백할 정도다.
‘감시자들’은 정우성의 연기인생 2막을 열어주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첫 악역이라는 피상적인 변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중들이 갈망하던 정우성의 매력이 이 영화에선 폭발한다. 설경구 역시 “정우성 눈빛 하나만 믿었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으니까.
![]() |
“VIP시사회 때 불 켜지고 스크롤이 올라가면 박수터지는 게 보통인데, 불이 꺼지기도 전에 함성이 나오더라”며 심상치 않았던 첫 반응을 기억했다. 예상대로 이 영화의 흥행속도는 매섭다. 개봉 첫날 21만을 동원했고, 7일 만에 200만 고지를 넘었다.
오랜만의 작품이라 그는 “신이 났다”고 했다. “‘나 이런 영화 찍었어요’ 하고 많이 알리고 싶다”며 빙그레 웃었다. 50여개 매체와 인터뷰를 했고, ‘런닝맨’에도 나갔다. “500만을 넘기면 500만번째 관객과 데이트 하겠다”고 했고, “900만이 넘으면 명동서 허그 이벤트를 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1000만이 넘으면 여대에 가서 상의 탈의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심 고민 중이다.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 감시반 황반장(설경구)과 하윤주가 쫓는 절도범 ‘제임스’로 분했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좀 다른 액션이 들어가는” 것도 끌렸다고 한다.
“제임스가 하찮은 범죄자라서 좋았어요.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보여줄 게 확실히 있다 싶었죠. 영화에 전사가 생략되고 죽는 장면이 간결한 것도 사전에 감독님에게 당부한 부분이었어요. 악에 대한 이해를 굳이 구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는 인터뷰 내내 “이번 영화는 한효주의 성장 드라마”라며 후배에게 공을 돌렸다. “메인 주인공으로 영화를 잘 이끌었다”는 칭찬을 곁들이면서. 그러면서도 ‘제임스’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은 숨길 수 없었다.
“‘제임스’는 판타지적인 인물이에요.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아 관객들이 리얼리티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범죄를 할 땐 크게 움직이고 행위에 있어선 간결하죠. 그런 점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같아요.”
데뷔 20년차. 스타와 배우의 타이틀을 균형있게 끌어온 그는 요즘 “존경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가 더 생겼다. “그러게 어려운 꿈을 설정해놨다”며 멋쩍게 웃던 그는 “지금 현재의 정우성을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여느 배우들에 비하면 다작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일의) 과정에 대한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게 진지함이 시간을 벌인 것 같다”는 그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고집하기 보다 대중들이 정우성답다고 여기는 쪽으로 점점 생각이 기울고 있다”고 했다.
“20대 같은 날렵한 선은 없지만 배우로선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이 들어요. 잘 시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앞으론 의도적으로 텀을 줄이려고요. 배우로서 항상 지금 이 순간 대중 앞에 있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나이 만으로 마흔이다. 한살 위 장동건도 결혼했고 이병헌도 품절남이 된다. 데뷔 때부터 간간이 열애소식을 전해주더니 이젠 그것마저 뚝 끊겼다. 외롭지 않을까.
“예전엔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 따뜻한 보금자리를 빨리 꾸리고 싶었어요. 근데, 지금은 안 그래요. 나이 마흔에 갑자기 일 욕심이 생겼다니까요. 하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 |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