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재입소 직전까지 울 시간이 없었다. 내가 울면 가족들이 연쇄적으로 우니까 못 울겠더라. 그래서 웃기려고 끝까지 헛소리를 하다 들어갔다. 입대하고 나니까 밀렸던 눈물이 나오더라.” “2001년 데뷔했지만 가수로서의 활동 기간은 고작 4년 정도다.”
지금은 ‘월드스타’, 본인 스스로는 ‘국제가수’의 반열에 오른 싸이(본명 박재상)지만,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탄탄한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 비포장도로였다. 가수로 데뷔해 어느덧 12년차지만, 그의 말대로 가수로 활동한 것은 고작 4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입영통지서와 예비군훈련통지서를 같은 날 받는 불운까지 겪었다.
그러나 대마초에 군 문제까지. 적잖은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연예계에 복귀했다. 당시 그는 운 좋은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복귀는 했어도 당시 그의 이름 앞에는 ‘사고뭉치’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는 여러 논란들을 몰고 다니지만 이제는 그보다 ‘싸이’라는 이름이 더욱 부각된다.
‘강남스타일’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독특한 가사와 퍼포먼스로 전 세계를 상대로 진짜 사고한번 제대로 쳤다. ‘논란’과 ‘사고’의 중심이었던 그가 명실 공히 ‘국제가수’가 된지도 벌써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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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스타 DB |
2001년 1월 ‘싸이… 프롬 더 싸이코 월드’(PSY… From the Psycho World)라는 제목의 음반을 발매하면서 데뷔한 싸이는, 제목처럼 보통사람은 아니었다. “깡패가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음반을 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충격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엽기가수’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듬해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벌금을 냈지만, 당시 타이틀곡 ‘새’로 ‘음악캠프’ ‘뮤직뱅크’ ‘인기가요’ 등에서 연속으로 1위를 거머쥐었다.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 그는 ‘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이 곡 역시 1위에 올렸다.
하지만 빠른 성공만큼 추락도 한 순간이었다. 같은 해 11월 15일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었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싸이는 “갑자기 인기를 얻어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지난해 미국에서 가져온 대마초를 피웠고, 공인이라는 생각에 지난 6월 가지고 있던 대마초를 모두 폐기했지만 18일로 예정된 2집 앨범 출시를 앞두고 초조한 마음에 다시 손을 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순간에 ‘엽기가수’ 싸이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8만 명에 달했던 팬클럽 회원도 800명으로 줄었다. 당연히 방송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 싸이의 ‘운수 좋은 날’
이대로 가수 싸이의 인생은 종결되는 듯 보였지만 하늘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2002년 5월 31일 한-일 공동월드컵 열풍에 힘입어 ‘챔피언’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길거리 응원에 동참하기 위해 시청에 방문했다 우연히 한 방송국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 정지가 풀렸던 것이다.
말 그대로 화려한 재기였다. ‘챔피언’도 12월 첫째 주 음악프로그램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또 2003년 입대해 2005년 병역을 마친 싸이는 2006년 7월 26일 네 번째 앨범 ‘싸집’을 발표하고 ‘연예인’으로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그런데 그를 비춰야 할 스포트라이트는 애먼 곳으로 향해 있었다. 2007년 5월 검찰은 싸이의 부실 근무 정황을 포착했고, 싸이의 복무 회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싸이는 결국 2007년 7월 14일 병무청으로부터 현역 재복무를 통보받았다.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재입대 일자를 통고받았을 당시, 그 날짜에서 2주 만 버티면 나이를 사유로 공익 입대가 가능했지만, 아내의 설득에 결국 현역 입대했다. 이에 대해 싸이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아내에게 나 천재인 것 같다. 술집 가서 뒤통수 치고 전치 3주로 공익을 가겠다고 했더니 와이프의 대답이 정말 고마웠다. 아내가 ‘여보. 싸이인데 정말 후지다. 싸이인데 그냥 가야지’라고 말하더라”라며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군 복무 내내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싸이는 2009년 7월 11일 두 번째 군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논란’으로 시작됐던 재입대였지만 아내 덕에 오히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지금은 “예비군 통지서와 입영통지서를 같은 날 받아 놈 있냐”(싸이 5집 앨범 수록곡 ‘싸군’ 가사 中)는 농을 던질 정도로 추억이 되었고, 대중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인상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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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
데뷔 이후로 정점을 찍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를 끌어올린 곡은 단연 ‘강남스타일’이다. 지난해 7월 15일 발매된 ‘강남스타일’은 ‘역시 싸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곡임에 틀림없다. 발매 이후부터 올해까지 음원 차트를 장기 집권하고, 나열하기 힘들 만큼의 수상내역도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증명한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여전하다. ‘강남스타일’은 각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강남스타일’ 열풍이 시작됐다.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의 눈에 띄게 되어 정식 계약을 하면서 미국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해외 수상 경력도 더없이 화려했다. 지난해 독일 MTV 유럽 뮤직 어워드 ‘베스트 비디오상’, 미국 제40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뉴미디어상’에 이어 올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스트리밍 송 비디오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프랑스 NRJ 뮤직 어워드에서 2관왕을, 싱가포르 소셜 스타 어워즈에서 4관왕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또 지난 6월에는 국내 가수 최초로 캐나다 음악 시상식에서 ‘올해의 세계적 인기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곡도 곡이지만 뮤직비디오의 파급력은 더욱 거셌다. 유튜브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처음 공개된 이후 무서우리만큼 조회수가 급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공개 두 달째인 지난해 9월 2억뷰를 넘어섰고, ‘최대 동영상 조회’ ‘최다 유튜브 좋아요 기록’ ‘10억 조회수를 기록한 첫 동영상’ 등 진기록을 세운 것도 모자라 현재는 유튜브의 ‘많이 본 동영상’ 차트에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포인트 안무인 ‘말춤’은 온갖 패러디와 커버를 양산하며 그야말로 싸이를 ‘국제가수’로 거듭나게 하는 데 크게 한몫했다. “해외에 나가면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 앞에서 귀찮을 정도로 말춤을 춰댄다”는 기분 좋은 푸념이 나올 정도다.
‘강남스타일’ 열풍에 이어 올해 4월 12일에는 새 앨범 ‘젠틀맨’(GENTLEMAN)을 내세웠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드롬은 여전했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4억뷰을 넘어섰고, 빌보드 차트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하루에 가장 많이 본 동영상’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다. ‘강남스타일’의 후광 효과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싸이는 ‘젠틀맨’으로 선방을
과연 ‘운’ 때문일까? 단지 운이 좋아서 떴다는 말로는 현재 싸이의 엄청난 인기와,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의 개성 강한 무대를 다 설명할 수 없다. 탄탄한 실력에 뚜렷한 개성까지 더해진 그의 곡들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도 그의 ‘작품’들을 지켜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