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바스켓 볼’이 아닌 ‘빠스껫 볼’이며, ‘식사’가 아닌 ‘식샤’이다. 올 해 tvN의 상반기 출품작 ‘우와한 녀’에서부터 시작된 ‘맞춤법에서 살짝 어긋나는 제목 짓기’가 하반기 출품작 ‘빠스껫 볼’과 ‘식샤를 합시다’(가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오는 21일 첫 방송되는 월화드라마 ‘빠스껫 볼’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기 직전 희망이 없어보이는 격변의 시대 상황 속에서, 농구를 통해 삶의 희망을 찾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청춘남녀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한극 근현대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Korea’라는 이름을 붙이고 출전한 1948년 농구대표팀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빠스껫 볼’은 작품의 시대적인 느낌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재의 표기법인 ‘바스켓 볼’ 대신 그때 당시의 표기법인 ‘빠스껫 볼’을 선택했다.
‘막돼먹은 영애씨12’(이하 ‘막영애’)의 후속으로 11월 방영예정인 ‘식샤를 합시다’는 1인 가구 리얼한 일상을 그리는 드라마다. ‘막영애’ 시리즈를 책임져왔던 박준화 PD와 임수미 작가의 의기투합으로도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식샤를 합시다’는 돌싱녀 수경(이수경 분)과 맛 집을 두루 섭렵하는 대영(윤두준 분)을 중심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먹방이 펼쳐질 계획이다.
![]() |
이어 “사실 식샤라는 단어가 바른 표기가 아니다보니 제목을 놓고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많았다. 아직 ‘식샤를 합시다’가 가제인 상황이지만 현재 무게 추가 식사가 아닌 식샤에 기울어져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KBS2 송중기·문채원 주연의 드라마 ‘착한남자’의 경우 제목으로 인해 많은 논란을 겪었던 작품이다. ‘착한남자’의 당초 제목은 ‘차칸남자’로, 당시 제작진은 이와 같은 제목을 지은 이유에 대해 “기억을 잃고 뇌손상을 입게 된 극중 인물이 일기장에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로 기재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차칸 남자’라는 제목은 사랑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하고자 했던 한 남자(송중기)가 스스로 본성을 되찾게 만드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드라마 상 전개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한 핵심 단어”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방송직후 ‘차칸남자는’ 각종 한글단체의 거센 반발과 국립국어원의 권고가 이어지면서 한글파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처음 제작진의 창작정신은 존중한다고 했던 KBS는 시간이 지날수록 논란의 불길이 커지자 결국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하고 국민의 올바른 국어사용이 공영방송의 1차적 책무”라며 제목을 ‘착한 남자’로 변경하면서 사건을 마무리 했었다.
![]() |
KBS2 송중기·문채원 주연의 드라마 ‘착한남자’의 경우 제목으로 인해 많은 논란을 겪었던 작품이다. 당초 ‘차칸남자’였던 제목은 많은 국어단체들의 반발 끝에 방영 중 ‘착한 남자’로 제목을 변경함으로서 사건이 일단락 됐다. 사진=착한남자 포스터 |
실제로 올 상반기 방영됐던 ‘우와한 녀’의 경우 잘못된 맞춤법 표기임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영됐었다. 물론 ‘우와한 녀’ 역시 욕설을 연상케 하는 원제 ‘우와한 년’에서 바뀐 제목이기는 하다. ‘우아하다’라는 사전적 의미와 감탄사 ‘우와’의 중의적 표현, 그리고 한 해를 뜻하는 ‘년(年)’을 담고자 지은 제목 ‘우와한 년’이지만 욕설이 연상케 하는 ‘년’으로 인해 잠시 논란이 일었었다. 이에 tvN 측은 첫 방송을 앞두고 조금 더 부드러운 어감이 가미된 ‘우와한 녀’로 제목을 바꾸었고, 이후 제목과 관련된 논란 없이 무사히 종영까지 달려 나갔다.
‘우와한 녀’외의 신조어 ‘몬스타’의 경우 역시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괴물이라는 뜻의 몬스터(Monster)와 우상을 가리키는 ‘스타’(Star)의 합성어로 볼 때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에 대한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치유한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해석으로 ‘나의’라는 뜻이 있는 불어 몬(Mon)과 스타의 만남, 즉 ‘나만의 유일한 스타’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제목이 작품의 얼굴이라고 불릴 만큼,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제목 짓기’는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작진들은 작품의 기획의도와 개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저마다의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고, ‘제목의 맞춤법 비틀기’는 이러한 과정 가운데 나온 결과물 중 하나다.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기존의 문법적 질서에서 벗어난 표현을 문학 정확히 시에서는 ‘시적 허용’ ‘시적 자유’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드라마 속 제목들 역시 더 많은 의미와 정보들, 암시 등을 담아내기 위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어긋나는 표현을 일부러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과, 대중문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는 원칙은 아직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빠스껫 볼’과 ‘식샤를 합시다’ 역시 ‘우와한 녀’ ‘몬스타’ 등의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큰 무리 없이 안방극장을 찾아갈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원칙의 사이 갈등에서, 맞춤법 대신 개성을 선택한 ‘빠스껫 볼’과 ‘식샤를 합시다’가 이후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