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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2002년은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오른 역사적인 날이라고 생각하지, 사상자가 발생한 ‘연평해전’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다. 참변을 당한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아직도 그날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꽤 많은 이들 기억 속에 그 슬픔은 잊힌 지 오래다.
제작사 ㈜로제타시네마 대표이자 서강대 영상대학원장인 김학순 감독은 이 사건을 영화화하기로 했다. 2007년 소설 ‘연평해전’을 내놓은 최순조 작가의 도움을 얻었다. 최 작가는 오랜 시간 유가족 모임을 찾은 노력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담을 수 있었고, 김 감독 역시 지난 6년여 동안 전국의 추모행사를 찾아다니며 진심을 보이려 노력했다.
부단히도 애쓴 덕일까. 2012년 6월 29일 대방동 해군호텔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0주기 전사상자 후원의 밤’에서 유가족과 해군 관계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영화 ‘N.L.L.-연평해전’은 제작을 공식화했다. 일반 시민들의 후원으로 제작비 일부가 충당되기도 했다.
‘연평해전’은 지난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 사업 작품으로 선정됐는데, 조희문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이 포함된 9인 위원회가 재량권을 남용해 탈락시켰다. 김 감독은 영진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김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제작이 연기되기도 했다. 또 저작권 문제로 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도 있었고,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불화를 겪었다는 이야기도 터져 나왔으며, 최근에는 정석원이 소속사 문제로 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어떤 일들이 계속해서 터질 지도 모를 일이다.
김학순(55) 감독은 우여곡절의 연속이라는 말에 “그런 것 같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래도 현재 기업은행에서 미니멈 투자를 20억 원정도 받은 상태랍니다. 투자가 확정돼 우리가 가진 돈 40억 원과 합해 내년 상반기부터 다시 제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기업은행의 투자를 받으면서 ‘N.L.L.-연평해전’은 탄력을 받고 있다. “사실 여러 가지 문제로 거의 쓰러져 가는 상태였다고 할 수 있거든요. 은행을 다니며 대출 상담을 받았죠. 기업은행은 기업을 지원하지만, 투자 측면으로도 영화사에 도움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투자해도 괜찮다는 판단을 했나 봐요. 국민 반응도 그렇고, 해군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고 하니 기업은행 쪽에서도 영화를 살리자고 한 것 같아요. 감사하죠.”
김 감독은 기업은행의 사풍이 영화를 살린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조준희 기업은행장을 몇 번 만났는데 충효(忠孝)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며 “효는 집안에서 시작하지만 충은 나라까지 이어지지 않나. 다른 영화를 지원해도 되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이들의 넋을 기리는 영화니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사업 전담부서를 지난해 1월 신설했다. 이미 ‘베를린’과 ‘설국열차’에 투자해 두 편 모두 30% 이상이 넘는 수익률을 올린 바 있다.
김 감독은 “앞선 두 편의 영화에 10억 원이 안 되는 투자를 한 것으로 아는데 우리 영화는 최소 20억 원이다. 기대하는 바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나머지는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사는 초기에는 세트 군함을 세울 돈이 없어 폭파 신을 엄두도 못 냈는데 이제 세트를 지으려고 하고 있다. 초기 순제작비를 25억 원으로 잡았던 영화는 현재 100억 원대 규모의 큰 영화가 된 상태. 국방부 지원을 돈으로 환산할 순 없지만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걸 어림잡아 합한 수치다.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하지만 이제 목숨 바쳐서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최선을 다해야겠죠. 시나리오도 수정이 거의 다 됐어요. 그래도 세트 준비하고 특수효과 등에도 신경을 쓰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지금까지 찍었던 항공 촬영, 해상 촬영 등 살릴 수 있는 건 살릴 거예요. 정석원씨 문제가 불거졌는데 좋은 쪽으로 해결되어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했는데 결국에는 괜찮은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영화에 투자한 일반 국민과 재능 기부로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 및 스태프를 위해서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