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처럼 되고 싶다’는 포부는 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바라볼 법한 꿈이다. 하지만 여기, 자신만의 매력과 영역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내놓는 될 성 부른 떡잎이 있다. 신인가수 백승헌(22)이다.
최근 두 번째 디지털 싱글 ‘Wait A Minute’로 돌아온 백승헌은 무대를 마치고 모니터링을 해보면 “항상 아쉽다” 했다. “늘 보면 연습한 대로 안 나오고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여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는 스스로 “어울리지 않게 완벽주의자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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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절치부심을 거듭했다는 백승헌. 그의 고민의 흔적은 이번 신곡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번에는 예전과 전혀 다른, 상반된 콘셉트의 노래라는 점에서도 다르지만 앨범 준비도 더 심혈을 기울여 했어요. 의상, 노개, 춤 안무 모든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 참여했습니다.”
신인이지만 작업 참여도가 높다는 건 그의 발전을 위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무대에 서는 건 어쨌던 저니까요. 제가 자신있어야 무대도 자신 있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늘 참여하고 의견을 내놓는 편이었죠. 회사에서도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봐주고 계세요.”
콘셉트 자체를 아예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앨범엔 미소년 이미지를 내세웠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와는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노래도 좋았지만 제가 잘 소화하지 못했죠.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조금 더 남자다운 이미지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그렇게 ‘Wait A Minute’이 탄생하게 됐어요. 자신감도 좀 더 생겼고요.”
‘Wait A Minute’는 서정적인 인트로가 인상적인 곡으로 미디움 템포에서 조금씩 상승되는 비트와 각인되는 후렴구로 이루어졌다. 떠나간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한 남자의 정적인 시각을 독백 형태로 전달했는데, 이를 표현하는 백승헌의 모습은 신인답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연습 생활이 길어서 그런지,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속으로는 긴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는데 안 떨리는 척 보이려 노력하고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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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습생을 시작했을 땐 그룹 데뷔를 준비했지만 우여곡절 끝 솔로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는 백승헌. 6년이라는 연습생 기간 중 가장 큰 고비는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외로웠죠. 그룹 준비를 하다 갑자기 솔로로 나와서 그런지 허전함도 있고, 무대에서도 아직은 저 혼자만 느끼는, 어색함이 있어요. 또 언제 앨범이 나올 것이라는 기약 없이 계속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에 혼자 있다 보니, 정말 외롭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 해탈해버렸죠 하하.”
자칭 ‘애늙은이’라는 백승헌은 “그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성장한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예전엔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고 체념하는 편이었는데, 힘든 과정을 겪고 나니 달라진 것 같아요. 힘들다고 처져 있으면 더 힘들어지니까 늘 웃으려고 했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했죠.”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는 배우 지망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지만 실제로 어렸을 때는 오히려 키가 작은 편이었다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43cm였어요. 작은 편이었죠? 당시 살도 갑자기 확 불어났었는데, 살을 빼야겠다 결심하고 농구를 시작했죠. 그러다 쑥 커서 지금은 183cm입니다.”
원래 꿈은 여고(!) 체육 선생님이었지만 우연한 기회로 캐스팅 돼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운동을 너무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라 학교에서도 체육 선생님을 하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우연치 않게 캐스팅 돼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됐죠. 캐스팅 전엔 연예인이 꿈이었다기보다는,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던 기질은 버리지 못했고, 버릴 이유도 없었다. 현재 그는 JYJ 김준수 등이 속한 연예인 축구팀 FC맨 소속 멤버이며, 서지석 등이 속한 연예인 농구팀 소속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의 기질이 다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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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존경해 온 많은 가수들 가운데서도 그는 비(본명 정지훈)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비 선배님의 팬이었어요. 콘서트도 친구와 둘이 보러 갈 정도로요. 비 선배님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놀랍지만 엄청나게 노력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머리로는 알겠지만 그 힘든 일을 어떻게 다 해내시는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자신이 ‘포스트 비’로 언급되는 데 대해서는 손사래 치면서도 기분 좋은 기색은 숨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이돌 그룹이 많은 가요계에서 솔로 가수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죠. 하지만 소리 없이 사라지지 않고 열심히 해서 진짜 ‘포스트 비’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인터넷을 하다 보니 저에 대해 ‘아직 포텐 터지지 않았으면 괜찮은 가수인 것 같다’는 댓글이 있던데, 잘 보신 것 같아요 하하. 벌써부터 다음 앨범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게 되요.”
가수의 길을 꽤 오랜 기간 반대하셨던 아버지도 지금은 무대에 선 아들의 모습에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신다는 백승헌. 그는 “언제 어떤 무대가 있을 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목표는 ‘백승헌’ 알리기다. “아직 저를 모르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야겠다는 게 이번 앨범의 목표입니다. 이번 앨범에선 눈도장을 쾅 찍고 다음 앨범에서는 포텐을 터뜨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수 백승헌의 꿈은 소박한 듯 원대했다. “욕심 많이 안 부리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있어서는 충실히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거창한 꿈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충실히 해내서 백승헌만의 영역을 보여주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우앤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