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수' 속 배우 임창정의 모습이다. 웃길 것 같다고? 전혀! 창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반 남성의 모습과 겹친다. 먹고 사는 방식이 다르고 조금 모자라 보일 뿐이지, 현실 속 일반인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다.
욕설을 내뱉으며 허세, 허풍을 떠는 창수. 다방 여종업원에게도 치근덕거리지만, 위압적이진 않다. 오히려 순박해 보인다. 진실한 사랑을 해본 적도 없는 남자다. 그래도 그를 비난하거나 바보라고 할 순 없다. 고아로 세상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그만의 생존방식이니까. 제목 '창(슬플 愴)수(목숨 壽)'에서 고스란히 표현돼 있듯 그의 얼굴은 슬픔이 하나 가득 보인다.
출소하고 난 뒤 다시 또 다른 이를 위해 징역살이에 나서려는 그는 길거리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도석(안내상)과 다투는 미연(손은서)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창수. 도석에게 보기 좋게 맞아 뒹굴지만, 그 인연으로 미연과 술잔을 기울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어느새 '슬픈 얼굴'은 미소를 머금는다. 한 번도 맛보지 못한 행복에 창수는 즐겁기만 하다. 남을 대신에 징역살이하는 것도 그만둔다. 미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알고 보니 미연은 거대 폭력 조직의 회장 여자. 창수는 전문 폭력 조직을 만나 위험에 빠지고 만다.
임창정의 연기력은 익히 알고 있다. 그가 웃을 때, 눈물을 흘릴 때 함께 웃고 울었다. '색즉시공' 등 코미디 영화에서도 울리고 웃긴 능력자다. 지난해 '공모자들'을 통해서는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함을 강조, 새로운 연기를 보인 바 있다. 개봉이 늦어져서 그렇지 사실 '창수'가 먼저였다. '창수'에서도 웃음기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사랑하게 된 미연을 웃게 하려 노력하는 신처럼, 어떤 이에게는 웃음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창수의 행동 하나하나는 처연한 느낌이 더 강하다.
안내상을 잔혹한 조직폭력배로 등장시켜 힘을 실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동안 각 작품에서 친근한 이미지의 안내상은 섬뜩한 인물로 등장, 극을 풍부하게 만들고 신선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창수를 거칠고 잔혹하게 다루는 모습이 창수는 물론, 관객을 쪼는 맛도 쏠쏠하다.
창수와 미연의 연결 고리, 피를 나눈 것처럼 보였던 동생 상태(정성화)의 배신, 창수가 십수 년을 복역한 뒤 나와 벌이는 일이 치밀하지 않은 것 등 몇몇 지점은 아쉽다. 창수에게 몰입하려고 해도, 다른 것들 때문에 충분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게 단점이다. 후반부 나름대로 반전의 묘미도 넣으려 한 것 같은데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