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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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 규정(최윤영)의 아빠(김종구), 엄마(문희경)도 이상하다. 아빠는 과학자라며 괴상한 물건을 만들고, 엄마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12살 연하와 사랑에 빠졌다. 특히 엄마의 연하 애인은 주인공의 친한 친구다. 또 주인공은 둘도 없는 친구(김형미)의 약혼남(이재윤)을 좋아하고 있다.
독특한 소재들을 한데 모아 풀어나가는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감독 이원회)다. 꿈도 사랑도 이루지 못한 채 반찬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책 없이 서른에 가까워진 작가지망생 규정과 그녀의 앞에 불현듯 나타난 수상한 천재과학자 남걸의 이야기. 전반적으로 로맨스를 품고 있는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쉽게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요즘 20대와는 달라 보이기 때문(물론 어느 시대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이들도 반 이상을 차지한다)이다.
순수하고 착한 주인공은 자신 앞에 나타난 수상한 남자에 결국 빠지고 만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만은 않다. 하긴 남자든 여자든 우리가 만나는 건 처음에는 모두가 수상한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 정이 쌓이고 마음을 주는 게 아닌가. 그 상대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뱀파이어일 수도 있고, 더 특이한 상대일 수도 있다. 규정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인 뱀파이어의 이야기처럼 마늘과 빛을 싫어하는 남걸을 만났을 뿐이다.
영화는 여주인공 규정을 따라가면서 주변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하지만 남걸을 통해서도 세상으로부터 원치 않게 고립됐던 이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20대 중후반, 사회의 높은 문턱을 뛰어넘어 무리 속에 섞여야 하는 이들 모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감독의 마음이 드러난다. 방황하는 20대의 모습을 폭력적이지 않게, 자극적이지 않게 그린 점을 특기할 만하다.
또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최윤영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현실에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독특한 목소리의 남걸 역할을 맡은 신예 박정식의 연기도 좋다. 이들의 팬이 될 관객이 여럿 있을 것 같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감독의 디렉션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물론 늘어지는 부분과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참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한 가지 더. 배경 음악도 좋다. 특히 검정치마의 ’젊은 우리 사랑’을 따라 부르는 출연 배우들 장면도 꽤 신선하다. 뮤지컬 영화 연출을 꿈꾸는 이원회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저작권 문제 때문에 더 많은 음악적 즐거움을 넣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지금만으로도 관객은 눈과 귀가 즐겁게 느껴질 것 같다.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을 받은 영화는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관심을 받았다. 99분. 12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