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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여수정 기자] 연애전문 대필 작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가 컴퓨터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기발한 영화 ‘그녀’. 다들 아는가? 사람과 운영체제의 사랑이라는 너무도 신선한 소재 덕분에 지난 5월 22일 개봉한 후 지금까지 30만9256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지.
‘그녀’의 이 같은 기록은 다양성 영화 중 30만을 넘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에서의 개봉,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엣지 오브 투모로우’ ‘끝까지 간다’ ‘신의 한 수’ ‘소녀괴담’ 등 쟁쟁한 작품들 사이에서 누린 쾌거라 의미가 깊어.
영화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우선 사람과 운영체제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너무 새로워. 공감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지는 인연이 참 흐뭇하게 만들잖아. 특히 운영체제 사만다에게 자신의 진심, 고민을 토로하거나 사만다 덕분에 즐거워하는 테오도르의 모습은 사랑에 푹 빠진 남자 그 자체야. 보는 내가 다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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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뭐니 뭐니 해도 ‘그녀’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운영체제 사만다 역의 배우 스칼렛 요한슨 아닐까. 목소리만으로도 상대를 자극하고 더 나아가 남성 관객들까지 사로잡아. 원래 매혹적인 목소리인걸 알았지만, 대놓고 목소리만 들어보니 정말 매혹적이더라. 저런 운영체제라면 충분히 사랑에 빠질 정도랄까.
만약 사만다 역을 한예리가 맡게 된다면, 단아하고 차분한 운영체제의 등장이 될 거야. 앞서 한예리는 한국영상자료원 창립 40주년으로 제작된 단편영화이자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아카이브의 유령들-수집 보존편’인 ‘유품’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바 있어. 당시 한예리는 “사실 내레이션은 처음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 감정을 실어 시나리오를 읽었다. 타인의 죽음과 연결된 말, 슬픈 일, 앞뒤 작품의 슬픈 감정들이 나오기에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읽어 내려갔다”며 “내가 영상에 썩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는 아니었다”고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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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미국 연예매체 스플래쉬닷컴 TOPIC/SplashNews |
김종관 감독의 칭찬처럼 ‘유품’에서 한예리는 특유의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시작해. 한 남자의 죽음을 따라가는 과정을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애잔하게 표현하지. 그것도 목소리만으로. 목소리 세기의 강약과 호흡 등이 균형을 이루며 그 아무도 몰랐던 한예리의 내레이션 실력을 널리 알렸지. 첫 내레이션이 무색할 만큼 완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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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