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가장 진화한 생명체라는 인간은 가장 상위층에 속한다. 걷고, 말하고 생각을 하며, 불을 비롯한 도구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인간은 포식자가 됐다.
유인원이 인간과 같은 능력을 얻게 된다면? 인류 평화는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2)은 그 상황을 가정한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플루가 출몰해 10억 명 이상이 숨지고 일부만 생존한 상황. 극소수 인간이 모여 일부 집단을 이루고 살아간다. 다른 쪽에는 진화한 유인원 시저(앤디 서키스)가 이끄는 유인원 집단도 숲에서 평화롭게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연료가 바닥난 인간이 발전기를 찾아 숲에 들어오면서 평화 공존의 세상은 금이 간다. 서로의 존재를 잊은 듯 살아가다 10년 만에 만난 두 집단은 평화적인 공존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대립 관계가 돼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혹성탈출2'는 전편 '진화의 시작'(2011)보다 스케일이 더 커졌다. 후반부 인간과 유인원의 생존을 건 도심 전쟁 장면에서 느낄 수 있다.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은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영상에도 신경을 썼다. 유인원의 행동이나 표정 등을 실제와 똑같이 구현했고, 여기에 3D 기술까지 더해져 관객을 놀라게 한다. 모션캡처의 1인자인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는 역시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다.
기술력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건 깊어진 내용이다. 볼거리와 생각할거리가 더 많아졌다는 말이다.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일종의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시저 집단은 인간과 똑같이 새끼를 사랑하고, 관계를 중요시하는 집단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불화가 생기고 만다. 인간을 향해 증오가 가득한 유인원 코바(토비 켑벨)로 인한 갈등 구조다. 물론 온갖 실험으로 상처 입은 코바의 결심과 행동을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상황과 전개되는 과정이 인간 세상과 닮아 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또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던져준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는 영화. 관객은 인간이기에 인간의 편에 서는 게 맞을까? 어떤 결론이 날지 3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12세 관람가. 130분.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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