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연기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힘든 것도 많고요. ‘재미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왔다가는 견디기 힘들 수도 있어요.”(알렉스, ‘서프라이즈’ 10년 차)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의 촬영이 진행되는 경기도 양주시 MBC 문화동산. 동내 개도 아닌 닭이 놀러와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닐 정도로 한적한 현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촬영에 한창인 제작진들은 한 순간의 지체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숨 바쁜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2002년 4월 첫 방송된 이후 12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요일 아침을 여는 ‘서프라이즈’는 적은 제작비로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MBC의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프라이즈’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재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외국인 재연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때문이다. 다른 재연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서프라이즈’는 전문 배우 대신 외국인들을 캐스팅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차별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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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특징을 증명하듯 촬영 현장은 주조연을 연기하는 이들에서부터 엑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수 십 명에 달하는 배우들이 모여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촬영장에 모이는 이들 모두 국적이 다름에도 서로 웃고 떠들면서 어울린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영어를 할 줄 알다 보니 배우들 사이에 소통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중간에 현장 매니저가 상황에 대해 설명해줄 뿐 아니라, 배우들 대부분이 여러 나라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소통을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은 없어요”라는 클세니아(러시아, ‘서프라이즈’ 출연 2년차)의 말처럼 현장에서 스탠바이를 기다리는 배우들을 배우들 화기애애함이 가득했다.
“‘서프라이즈’ 직접 출연해 보니…”
폴란드인 아버지 제이슨(‘서프라이즈’ 출연 4년차)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산드라는 영어와 우리나라 말을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아는 어린 여배우였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인 산드라는 아버지를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면서 연기실력을 차근차근 쌓아나가고 있다. 현재는 학교에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촬영에 임하는 열혈 배우이기도 하다.
“원래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던 찰나, 아버지의 아는 분이 이 일을 추천해 주시면서 처음 시작하게 됐죠. 연기가 재미있고 할 수 있다면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산드라, ‘서프라이즈’ 출연 2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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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알렉스, 우 클세니아 사진=서프라이즈 캡처 |
“연기는 생각보다 도전할 만해요. 다만 연기 외적으로 더위 속 계속되는 기다림과, 잦은 이동에 지칠 때가 많죠. 단순히 TV에 얼굴이 나온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접근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것만 바라보고 촬영에 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에요. 상상하는 것만큼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제 ‘서프라이즈’ 출연 2년 차가 된 클세니아 역시 알렉스와 의견이 같았다. 한국에 국제무역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왔던 클세니아는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통해 처음 ‘서프라이즈’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일이 늦게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고 충고한 그녀가 촬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것은 바로 ‘연기’였다.
“표정이라든지 연기 움직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하고 오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정말 촬영을 원한다면 촬영장에 오기 전에 유튜브 같은 곳에 ‘연기 클래스’와 같은 연기 지도 영상이 나오는데 미리 연기 연습을 하고 오세요.”
현재 ‘서프라이즈’에서 주요 배역을 차지하는 이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대부분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센스가 있는 이들이었다. 비록 촬영 이전에 연기경력이 전무한 이들도 거침없는 연기는 두 번째 출연에도 과감히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발탁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지는 6개월, ‘서프라이즈’ 촬영은 이제 고작 두 번인 매건이지만 지난 6일 방송된 ‘서프라이즈’ 스케치 화가인 로이스 편에서 주인공 로이스를 연기할 수 있었다.
‘서프라이즈’ 출연 6개월차인 네바다는 SBS ‘스타킹-개그킹’ 등에도 출연, 코미디 연기로 얼굴을 알린 외국인 배우다. 풍부한 표정연기에 한국에 입국한 지 10년도 더 넘은 만큼 의사소통도 능숙해 빠른 시간 내에 ‘서프라이즈’ 적응 중이다. 네바다는 ‘서프라이즈’ 출연을 꿈꾸는 이들을 향해 “연기를 하고 오면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면서도 “최대한 즐겨라”고 말했다.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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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매건, 우 필립 사진=서프라이즈 캡처 |
‘서프라이즈’에 출연 중인 많은 여러 명의 외국인 배우들에게 “어떤 경로로 출연하게 됐느냐”고 질문을 한 결과, 가장 많이 돌아온 대답은 “바딤을 통해서”였다. 이제 3년차가 됐다는 필립도, 4년차가 된 제이슨이 출연하게 된 것도 모두 바딤을 통해 ‘서프라이즈’에 출연할 수 있었다.
‘서프라이즈’ 내에서 바딤의 위치는 독특하다. 출연 배우 중 소속사가 있는 바딤은 종종 캐스팅 디렉터로 활약하며 제작진과 배우 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서프라이즈’ 배우 캐스팅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바딤에게 어떤 과정을 통해 소개를 해주느냐고 물어봤더니 실제로 자신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친분을 통해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고, 어떻게 알았는지 저에게 연락이 와서 PD와 연결시켜 준적도 있어요. 제가 소개해주면 연기를 심사하고, 주인공을 할지 엑스트라를 시킬 지 결정을 하죠. 물론 연기 경험이 있으면 더 좋지만, 없어도 촬영장에서 설명 다 해주니 큰 문제는 없어요.”
지금까지 자신이 소개해 준 배우 중 가장 인상이 남는 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너무 많은 이들이 거쳐간 터라 잠시 고민을 하던 바딤은 특정 한 사람을 꼽기보다는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털어놓았다.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대체로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처음에 어떤 배우가 나왔는데 시작부터 연기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렇다면 꼭 바딤과 친분이 있어야 ‘서프라이즈’이 가능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서프라이즈’의 박성준 촬영 감독은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을 취해 자신과 연락이 이어져 출연을 하게 된 경우도 많다”고 또 다른 출연 경로에 대해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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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