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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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은 이 역사 그대로,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우직하게 풀어나간다. 관객을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말게 하지는 않는다. 역사적 사실은 영화를 통해 재현, 관객에게 또 한번 감동 그 자체로 다가온다.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에 병(兵)들은 두려움에 떤다. 이순신 장군은 그 두려움을 용기로 만들었다.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나라를 위하는 진정한 장군의 말과 행동은 병, 백성들과 함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 과정은 당연하게 관객을 가슴 벅차게 만들고, 한 번쯤은 울컥하게 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로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 김한민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웃음이라는 요소가 없어도 영화는 지루하지 않게,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기반으로 영화적 재미를 줬던 다른 퓨전 사극들과는 달리 '명량'은 정공법으로 달려가는데,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를 정도다.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역사 속 영웅인 이순신 장군 이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연하다. 반대로 흠이 있었다면 더 크게 비난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돋보인다. 최민식이라는 좋은 연기자가 성웅을 잘 표현한 것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보게 한다. 장군의 기개와 용맹함, 지략 등이 더 돋보인다. "내가 이순신 장군을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촬영이 끝날 때까지 노심초사했다"는 최민식은 인터뷰에서 "꿈에라도 이순신 장군님이 한 번 나올까 바랐는데 나타나지 않으셨다"고 했었는데, 혹시라도 찾아왔으면 칭찬해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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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이름있는 배우들을 잘 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들리지만 모든 배우가 혼신의 연기로 영화를 알차게 만들었다고 바라볼 수 있다. 감독을 비난할 것도, 배우들을 탓할 필요 없다. 왜군으로 나온 김명곤ㆍ조진웅ㆍ류승룡은 물론이고, 조선 수군 이승준ㆍ최덕문, 백성 진구ㆍ이정현 등등 모두를 주인공으로 나열해야 할 것 같은 작품이다.
해전 신 61분은 백미다.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이유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선수군과 왜군의 전투는 관객을 몰입시킨다. 아비규환의 백병전은 '사즉필생'이다. 포탄과 화살이 쏟아지는 상황도 긴장감이 감돈다. 컴퓨터그래픽(CG)도 조악하지 않다. 웅장한 음악과 속도감 있는 촬영도 몰입도를 높인다.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를 꺼리는 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 후반부에서 억지 감동의 인상을 받는 이도 있을 법하다. 혹자는 애국주의 마케팅을 비꼴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용인해도 되지 않을까.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을 받들어 모시는 게 당연하다고 했듯, 우리나라도 이런 영화 하나쯤은 추어올려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만듦새가 괜찮아 가능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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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igun@mk.co.kr